지체 3급 장애인 민모(55·인천시 부평구 부평4동)씨는 얼마전 남동구의 한 대형 할인점에 갔다가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1시간 가량 헤맸다.

주차장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설치돼 있었지만 차를 댈 곳이 부족해지자 일반 차량들이 장애인들의 주차 공간을 점령해 버렸기 때문.

그는 “백화점이나 할인점은 물론이고 법원 같은 관공서에 가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 차량이 불법 주차하는 '얌체족'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휠체어를 내리고 올릴 수 있게 설계된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이 크지만 당국에서 단속하는 모습은 아직 한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관리가 겉돌고 있는 것이다.

24일 시와 일선 구·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시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 건수는 부평구 6건, 남구 3건, 남동구 1건 등 단 1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7개 구·군은 6개월 동안 단속 건수가 한건도 없다. 연도별 단속 건수는 제도 시행 초기인 2002년의 경우 59건이었지만 작년에는 27건으로 크게 줄었다.

이처럼 단속 건수가 해마다 감소하는 것은 운전자들의 의식이 개선돼 법 위반 차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행정 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현행 관련 법규(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관공서와 문화공연시설, 공공도서관, 병원, 호텔, 백화점, 공항 등에 전체 주차장 면수의 2~4%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으로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곳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권만 구청장·군수에게 있을 뿐 일선 지자체에 단속 전담인력은 없다. 공익요원 등 단속 인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 주차단속은 '도로교통법'상 불법 주·정차 차량만 단속하기 때문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구청 사회복지과의 장애인 업무 담당 직원 1~2명이 모두 관리해야 한다.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와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장애인 주차구역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과 합동으로 적극적인 계도·단속을 벌이고 있다”면서 “불법 주·정차 단속과 장애인 주차구역 단속을 함께 실시할 경우 단속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군·구에서 결정할 사안이라 시에서는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