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현장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건립돼 최근 문을 연 학생교육문화회관과 위령비 앞에 선 유족 그리고 지금은 성인이 돼 버린 희생자 친구 등 참석자 모두의 얼굴엔 깊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추모제가 끝날 때까지 시·구·교육청 관계자나 국회의원·지방의원들의 모습은 단 한 명도 찾아 볼 수 없었고 그 흔한 기관장 명의의 조화조차 놓여있질 않았다.
사고당시 경인여상 2학년이던 딸 춘효를 잃은 아버지 김폰삼(47)씨는 “일반시민은 물론 관공서와 정치인들조차 인현동 화재참사의 비극을 애써 외면하려는 것 같아 마음아프다”고 말했다. 최성업(52)씨 등 유족들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무슨 낙이 있겠냐”면서도 “하지만 세월이 지났다는 이유로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는 '높은 분'들의 무관심에 실망마저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참석자들은 이날 오전 월미도 앞바다에서 꽃다운 나이에 화마로 스러져 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해상헌화를 했다. 유족회는 이날 고교생 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지난 2001년부터 홀몸 노인, 소년소녀가장, 고아원 등에 김장김치 담가주기, 후원금 보내기 등 봉사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연장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