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땅 문제로 골치가 아플 지경입니다.”
31일 오후 해안도로를 타고 송도 방면으로 가다 샛길로 빠지자 작은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자갈이 뒹구는 이 길을 따라 들어가자 고령의 어민들이 개펄에서 조개를 채취하고 있었다.
이 곳(척전 어촌계)에서 조개 등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은 모두 400여명. 어민 상당수가 60~70대 노인층이다.
지난 1997년 송도신도시 매립과정에서 인천시와 생활대책용지를 받기로 약정서를 체결했으나 아직까지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이는 약정에 의한 토지공급이 수 개월째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순이 넘은 한 어민은 “지루할 정도로 땅을 나눠 주는 게 늦어지고 있다”며 “어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40명 가량은 살아있는 지 죽었는 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명 '조개 딱지' 때문에 가정불화를 겪거나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시달린 어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민 김모(72)씨는 “딱지 때문에 자식들 간의 재산다툼이 잦아졌다. 빨리 토지 계약이 이뤄져 죽기전에 자식들이 싸우지 않고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어민은 “요즘은 뜸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찾아와 딱지를 넘길 것을 종용했다”며 “이제는 아예 입을 닫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송도를 개발하면서 어민에게 주기로 한 생활대책 용지 송도1공구 2-1구역 토지공급이 지연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어민들의 피해는 물론 '조개딱지' 거래로 인한 부동산 거품 형성, 난개발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3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어촌계에 따르면 송도신도시 조성사업과 관련, 인천시는 지난 1997년 사업지구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어민들에게 송도신도시내 준주거지 50평씩을 가구당 주기로 약정을 체결했다. 공급대상은 송도(275명)·동막(319명)·척전(459명)·고잔(210명) 어촌계 주민 1천264명.
지난 5월 공급 예정부지의 매립준공 인가와 소유권보존 등기가 완료됨에 따라 토지를 공급해야 하나 공급토지 추첨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토지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송도·동막·고잔 어촌계 어민들은 선호 토지를 신청해 경쟁을 벌인 후 추첨에서 탈락했거나 아예 선호토지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무작위로 추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척전 어촌계 어민들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선 처음부터 무작위로 추첨할 것을 원하고 있는 상태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양 추첨방식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면서 “의견조율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자체적으로 최선의 추첨방식을 정해 토지공급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토지공급 해결돼야 개발 착수
송도신도시 '노른자위'로 부각된 6만4천여평 규모의 어민생활대책용지에 대한 공급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4개 어촌계가 합의를 하지 못해 토지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이 곳의 1조원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개딱지'를 모으는 등 물밑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어촌계 어민들이 토지소유권을 갖고 있는 송도신도시 1공구 2-1구역의 개발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토지공급 문제가 조기에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민 상당수가 고령이어서 자녀들간 재산다툼이 심각해 지고 있는 데다 '조개딱지(약정서)'의 상당수가 거액의 프리미엄으로 불법거래됐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어 이를 둘러싼 극심한 분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어민생활대책용지 현황=송도신도시 송도 제2교 초입에 위치한 2-1구역(104필지·6만4천여평)은 미국 게일사가 종합개발계획을 수립중인 1공구에 위치해 있다. 또 풍림·성지·한진 등의 아파트 건설이 한창인 2공구와 마주보고 있다. 송도신도시의 '노른자위' 자리에 위치한 것이다.
이 지역은 지난해 이미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됐다. 향후 건폐율 50% 이하·용적률 350% 이하로 3~20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축이 가능하다.
여러 건설사들이 우수한 입지여건과 송도신도시 특수를 노려 개발을 시도했으나 토지공급 일정이 지연돼 한발짝 물러나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 건설업체 관계자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선 토지공급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며 “토지공급이 지연될 경우 어떤 건설사도 손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첨방식 공방 내막=송도1공구 2-1구역 약정대상자는 1천264명. 이해관계자가 많은 데다 필지당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70명까지 배정돼 있어 의견조율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런 가운데 각 토지마다 향후 투자가치가 달라 공급토지 추첨방식이 쉽게 정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공구에 가까운 땅은 큰 도로변을 끼고 있는 데다 20층 규모의 대형 주상복
[월요기획] 송도 어민생활대책용지 지연 '고통'
입력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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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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