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원노조 사상 처음으로 인천의 한 중학교에 근무중인 외국인 기간제 교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준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교육계는 이를 계기로 현재 교원노조 가입자격이 부여돼 있지 않은 임시교사(기간제교사, 강사 등)들의 교원노조 참여 및 권익보장 요구 목소리가 확산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교조 인천지부(지부장·도성훈)는 “논곡중학교 영어 원어민교사인 캐나다인 토머스 제이슨(Thomas Jason·31)씨를 준조합원으로 정식 인준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1989년 비합법단체로 출범한 전교조 역사는 물론 과거 교원노조사를 통틀어 외국인 기간제교사가 교원노조에 가입하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제이슨씨는 지난 17일 스스로 전교조 지부를 찾아 조합원 가입원서를 냈으며 지부는 '정조합원은 될 수 없지만 준조합원 자격은 부여할 수 있다'는 본부 유권해석에 따라 제이슨씨를 준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제이슨씨는 현행 교원의노조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과 초·중등교육법상 정식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1년 계약의 기간제 교사 신분이기 때문에 교원노조 조합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위는 보장받지 못한다.


전국 임시교사 집단가입 가능성

캐나다 출신 영어 원어민교사 토머스 제이슨(Thomas Jason·31)씨의 전교조 가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인이 자청해 우리나라 교원노조에 가입한 것 자체만으로도 우선 화제다.

사회민주화와 교권 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제이슨씨는 최근 동료교사들에게 전교조 가입 의사를 타진했다.

정작 동료교사들은 “임시직 신분인데 전교조에 가입하면 괜한 오해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원노조활동에 동참하고픈 그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스스로 지부 사무실을 찾아 온 낯선 외국인의 가입 신청을 접한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처 직원들도 처음엔 당황했다.

지부는 결국 본부에 기간제교사, 그것도 외국인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지를 유권해석 의뢰했고 본부는 전교조 규약에 근거해 '준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현행 교원노조법은 교원노조 조합원 가입자격을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교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공·사립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공민학교, 고등공민학교, 고등기술학교, 각종 학교 등에 근무하는 정식교원이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제이슨씨는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활동할 순 있지만 사용자인 학교, 교육청, 교육인적자원부 등을 상대로 노조원으로서의 목소리를 낼 순 없다.

법적으로는 교원노조 조합원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노조원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파장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우가 빈약하고 신분이 불안정한 전국의 기간제교사(1개월 이상 1년 이하 근무)나 강사(1개월 미만 근무) 등 임시교사들이 전교조나 한교조 등 교원노조 집단가입을 서두르게 만드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준조합원 신분이지만 조합에 가입하면 조직적 보호와 지원을 받아가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을 촉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월 9일 현재 인천에만 모두 1천45명의 기간제교사가 근무 중이다. 또 현재 전교조에는 전국에서 300여명의 기간제교사가 준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최인환 전교조 교권국장은 “비정규직교사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처우개선과 정규직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갈 참”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기간제교사의 전교조 가입 사실에 인천시교육청과 학교측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내심 당황하는 기색이다.

이규진 시교육청 교육자치과장은 “자체 규약에 의해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조합원으로서 법적 지위는 보장받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김제락 경인노동청 근로감독과장은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하면서 근로중인 외국인이라면 누구든지 국내 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