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올해 말로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경인방송(iTV)에 대해 재허가 추천을 거부키로 의결한 것은 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민영방송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방송위는 “iTV는 재무구조 부실로 인해 제시된 사업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결여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러한 부실상태에서는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뿐 아니라 방송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영이나 투자 등 표면적인 이유 외에 방송 본연의 정신을 살리지 못하고 시청자가 주인인 공공재 전파의 기본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는 민영방송은 퇴출돼야 한다는 논리가 방송위가 밝힌 재허가 거부 사유에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iTV는 지난 97년 인천시민들의 염원과 지역사회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인천지역민방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인천지역 민방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2000년 3월에는 경인방송(주)로 사명을 변경, 지역 민방 출범에 땀을 보탰던 시민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iTV는 개국 이후 줄곧 계속되는 적자 누적에 시달리면서 회생의 몸부림을 해야 했다.
이러한 와중에 iTV는 박찬호가 활약한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 송종국 등 월드컵 스타들이 출전하는 네덜란드 프로축구 중계, 리얼 다큐멘터리 '실제상황', 게임중계 등 기존 메이저사들의 틈새를 겨냥한 돋보이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경인방송 라디오(iFM)가 개국하고 올 들어서는 지난 6월 계양산 디지털 TV 중계소 설치허가를 획득하는 등 최근 들어서는 외형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주주대리인이었던 박상은 전 회장이 인천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iTV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방송경력도 없는 인사가 상무 겸 편성국장으로 임명되면서 노사간 갈등이 증폭됐다.
특히 동양제철화학이 인천지역에 매립한 폐석회 문제 등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등 지역민방이면서도 지역사회의 현안 등을 다루지 못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iTV가 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경영악화 및 지역 민방으로서의 역할 부재라는 총체적 위기 속에서 iTV의 대안으로 눈길을 끈 것이 '공익적 민영방송'이란 새로운 모델이었다. 노조가 제시한 공익적 민영방송의 골자는 ●공익재단 설립을 핵심으로 한 소유구조 개편 ●사장 공모추천제를 중심으로 한 제도개혁 ●공익성과 지역성, 시청자 액세스권을 보장하는 프로그램 개혁 등 세가지다.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은 강성노조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자본의 이익에 묶여 신음하는 방송의 역할을 되찾는 언론개혁과 방송개혁의 모범답안'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은 경영진과 노조, 지배주주 간 또하나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했고 결국 합의점 도출에 실패한 채 현재의 사태를 맞게 됐다. iTV 노조는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거부 발표 직후 “방송위의 이번 결정이 방송사 운영자격이 없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지배주주 동양제철화학을 심판하고 이를 통해 향후 방송사 지배주주의 자격요건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주목한다”고 밝혔다.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지배주주에 대한 퇴출 결정이지 1천300만 인천 경기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담보하는 유일한 지역방송에 대한 퇴출 결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iTV가 퇴출의 수순을 밟을지, 아니면 제2의 창사를 하게 될 지는 미지수지만 다시 회생을 할 경우, 진정한 지역 민방으로 거듭나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제역할 못한 방송 '첫 퇴출' 심판
입력 200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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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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