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의 한적한 농지나 들판, 야산 등지에서 불법으로 야생 동물을 수렵하는 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으나 관계 당국의 지도,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5일 일선 구·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강화군 지역에는 최근 오후 11시 이후 부터 새벽까지 노루와 고라니 등 야생 동물이 내려오는 민가 근처와 야산 일대에서 수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지역은 인천공항이나 부평·계양·강화 일부 지역에서 피해를 주는 조수를 제외하고는 수렵허가가 전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날 현지에서 만난 양사면 주민 하모(65)씨는 “외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야밤을 틈타 인적이 드문 곳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일삼고 있다”며 “오발 사고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특히 노루와 고라니들이 많이 서식하는 양사면과 길상면, 내가면은 물론 바다 건너 석모도에도 수렵꾼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김모(48)씨는 “한밤 중 석모도에서는 노루 등을 잡기 위해 환하게 지프가 전조등을 비추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서구 경서동과 백석동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우회도로 주변에는 야생 비둘기와 오리를 잡으려는 수렵꾼들이 하루에도 서너 명씩 몰리고 있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설명. 주민 김모(42)씨는 “인적이 없는 비포장 도로변이나 수풀이 우거진 야산으로 가면 총기를 소지한 사람들을 종종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부경찰서는 최근 수렵금지구역에서 공기총으로 조류 등을 불법 포획하려 한 혐의(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위반)로 이모(4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최근 서구 경서동 동아매립지에서 공기총 1정과 납탄 4발을 가지고 야생조수를 불법으로 포획하려다 밀렵 감시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같은 야생 조수 불법 포획은 농지와 야산이 많은 부평·계양지역도 마찬가지.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수렵꾼들이 단속의 눈길을 피해 한적한 곳에서 불법으로 야생 동물을 포획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인천의 대부분 지역이 수렵을 할 수 없는 곳인만큼 오는 2월 말까지 집중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