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희망이 보인다'. 4일 오후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 시장에서 만난 문천재(43·정육점)씨가 설을 앞둔 재래시장 상인들의 체감경기를 대변한 말이다. 11년째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씨는 올해 설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고 그에 맞춰 물건을 미리 확보해 뒀다.
“재래시장 경기의 50~60%는 날씨가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날씨가 비교적 포근해 지난해 만큼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감안해 마진율을 지난해 보다 원가대비 7% 가량 낮춘 것도 매출액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본격적인 '설 특수' 가 나타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지만 이날 모래내 시장은 장을 보러나온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떡집을 운영하는 표한종(43)씨는 “어렵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지난해 설과 비슷한 매출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음을 띠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근 부평시장, 석바위시장 등 다른 시장들로 비슷했다. 그렇다고 소비 심리가 완전히 되살아난 것은 아니다.
주부 김모(56)씨는 “날씨도 풀리고 가격도 할인점 보다는 재래시장이 저렴해 왔다”며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해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물품외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다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는 한 의류가게 직원은 “매장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물건을 구입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며 이번 '설 특수'에 기대를 걸었다.
/김도현·kdh69@kyeongin.com
설 대목을 맞아 인천지역 주요 백화점이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극심한 '경제 한파' 속에서도 설 선물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북적거리는 등 모처럼 활기찬 모습이다. 4일 오후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마련돼 있는 선물세트 매장.
고객들이 백화점 판매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었다. 주부 이성희(남동구 만수동)씨는 “부모님께 드릴 선물세트를 사기 위해 나왔다”며 “부담이 적은 저렴한 선물세트로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백화점에서 곶감세트를 판매하는 박금이 사원은 “고객들이 10만원대 안팎의 선물세트를 선호한다”며 “예년만은 못하나 그래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설 선물 배달업무가 폭증하면서 담당 업무 부서는 숨돌릴 틈도 없다. 이날 이 백화점의 '신속배송'(신선도 유지상품 등을 택시로 신속하게 배달하는 것)건 수는 무려 425건. 이른 아침부터 택시 14대가 1대당 적게는 20여개, 많게는 40여개의 선물세트를 싣고 수도권 곳곳을 누빈다. 배송담당 이재희 사원은 “하루에 40여곳을 돌면 오후 9시가 넘어야 배달이 끝난다”며 “힘들지만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의 하루 일당은 13만5천원. 요즘 같은 불경기에 배달 일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도 설 특수로 '신바람'이 났다. 신세계 인천점 방승관 사원은 “정육 부문과 상품권 등 전반적으로 지난해 설보다 판매실적이 좋다”며 “입학·졸업 시즌 등 설 명절 직후부터 상품권 회수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목동훈·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