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은혜병원 방화(경인일보 25일자 1·3·23면 보도)사건을 수사중인 서부 경찰서는 25일 병원측이 규정을 무시한 채 자신을 강제로 입원시켜 범행을 저질렀다는 방화 용의자 백모(54)씨의 유서와 진정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 “강제입원이 범행의 주요 동기가 된 만큼 병원측이 규정대로 백씨를 입원시켰는지에 대해 병원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씨는 진정서를 통해 '부인이 3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린 뒤 이혼 소송을 하면서 자신을 알코올중독자와 정신병자로 몬 뒤 보호자 2인 이상의 허락을 받지 않고 강제로 입원시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백씨의 정신병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진정서 내용이 전부 허위는 아닌 것으로 보고 병원측에 입원관련 규정과 자료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경찰은 조사결과 병원측이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백씨를 부당하게 입원시킨 사실 등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경찰은 불이난 정신병동 건물에 스프링쿨러나 자동화재감지장치 등 화재에 대비한 소방시설이나 장비가 규정대로 설치돼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병원 직원들은 경찰조사에서 '불이 났을 당시 비상벨을 누르고 소리를 질러 병실에 있던 환자들을 대피시켰다'고 진술했다. 이와관련해 서부소방서도 이날 화재조사반을 긴급 구성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한편, 범행 직후 제초제 성분의 독극물을 마셔 중환자실에 이송된 백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경찰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백씨의 회복상태를 지켜본 뒤 빠르면 다음주초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