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각종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호조세를 나타내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 붙어 있다.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은 낙관적인 경제지표에 대해 불신의 끈을 풀지 못하고 있다.

15일 오전 인천시 남구 문학동의 한 미용실.

미용사 송모(32·여)씨는 “여성 손님들이 머리를 손질하는 횟수를 보면 경기상황을 엿볼 수 있다”며 “한 달에 한번 머리를 손질하던 손님이 두 달에 한번 꼴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인천시 도시철도 1호선 동막역 앞. 빈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택시기사 김종선(35)씨는 “손님이 없어 입금도 못할 처지”라며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남의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재래시장과 음식점들의 불황은 더욱 심각하다.

남동구 창대재래시장의 한 상인은 “10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극심한 불황은 처음 본다”며 “손님들이 오지만 물건을 사지않고 둘러보고만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순영(52·여)씨는 “연초에는 출발이 좋았으나 이달들어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점심시간에도 손님보다는 빈자리가 더 많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백화점·할인점 등 유통업계. 지난 설 매출이 전년보다 18~28% 가량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경기회복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유통업계 종사자들 조차도 경기회복 가시화에 고개를 갸우뚱 한다.

이마트 인천점의 한 팀장은 “매장을 둘러봐도 별다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일부러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아니냐”며 경기 회복의 배경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한편, 통계청 인천통계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월 인천지역 생활물가(일상생활에서 자주 사는 품목으로 구성)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상승했다. 또 6개월 후의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99.4)는 지난해 4월(99.9) 이후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천상공회의소 부설 인천경제연구소 윤면상 연구위원은 “워낙 경기가 바닥권인 상태여서 서민들이 회복조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실물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