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40분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만수중앙감리교회(담임목사·임석구)에서는 '생명 나눔을 위한 장기기증 서약식'이 진행됐다.
오전 예배를 마친 뒤 임석구 담임목사가 '장기기증서약' 선언문을 낭독하자 신도들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생명나눔서약서'를 작성했다.
남편과 함께 서약서를 낸 이정순(49·경기 광명시)씨는 “병원 치료를 오래받아 장기를 기증받는 분에게 오히려 더 나쁜 영향을 줄까봐 망설였는데 나중에라도 제 장기를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전달돼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물리치료를 받는 등 병원치료를 오래받아 장기기증을 망설였다는 이씨는 사후 시신과 각막을 기증한다는 서약서를 낸 뒤 '마음이 홀가분해진 것 같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회를 나섰다. 월남 참전 유공자인 손재식(60·부평구 삼산동)씨도 이날 장기기증 운동에 동참, 자신의 시신과 각막을 기증했다.
손씨는 “다른 사람을 위해 제가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데 만족합니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장기기증 서약 행사에서 사후 시신과 각막 기증 등을 약속한 교인들은 모두 160명. 이 가운데 54명은 당장이라도 신장과 골수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수중앙감리교회 임석구 담임목사는 “부활절을 맞아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돼 장기기증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 조정진(37) 사무총장은 “그동안 장기기증운동에 참여한 등록자들이 가족의 반대로 사망후 장기기증이 무산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한 뒤 “이런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가족회의를 먼저 한 뒤 장기기증서를 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기기증을 약속한 이들은 모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돼 장기기증 등록증이 발급되고, 각막과 시신은 사망후 시각장애인과 의과대학생들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될 예정이다.
한편 약 2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시각장애인 가운데 2만여명은 각막이식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한해 평균 각막을 이식받는 사람은 2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국내 각막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미국과 호주로부터 각막을 수입하고 있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