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겠다는 아빠를 격려하기 위해 참가한 가족과 암투병중인 40대 환자 등 참가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금연 의지를 다지고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초교 4학년인 아들과 7살난 딸 등 가족과 함께 참가한 이태문(41·경기도 안양시)씨는 “기록을 측정하지 않는데다 금연 마라톤대회여서 가족들과 함께 참가했는데 절반 이상은 걸었다. 하루 1~2개비 가량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마라톤 참가를 계기로 가족들에게 금연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은 뒤 투병중인 황경하(47·남구 학익동)씨는 이번 대회가 자신의 암 극복 의지를 시험하는 무대였다. 암 수술을 받기전 1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이상 걸어야 할 정도로 약해졌던 자신을 추스르게 해 준 것이 달리기였다.
절반 이상을 걸었다는 그는 “하지만 5㎞ 구간을 걷고 달리면서 중간에 절대 쉬지는 않았다”며 바싹 타들어간 입술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미추홀 봉사단원인 이규연(37·여·남동구 만수동)씨는 초교 5학년인 딸과 4학년인 아들에게 흡연의 문제점을 알려주기 위해 참가했다.
이씨는 “남편도 5㎞ 구간을 아이들과 함께 완주한 뒤 회사로 출근했다.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연을 선언한지 5개월로 접어든 윤진수(43)씨는 큰 딸 정희(16·인천여상 1년)양과 함께 달리면서 모처럼 부녀간에 속깊은 대화를 나눴다.
아빠가 담배를 끊어서 좋다는 정희양은 “왠지 오늘 마라톤 대회를 통해 아빠하고 많이 친해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금연 분위기 확산에 조그마한 힘이 되고자 참가했다는 인천 중부소방서 소방관 이승후(40)씨와 이종진(30)씨도 참가자들과 보조를 맞춰 10㎞ 구간을 완주했다.
지난 99년부터 금연중이라는 이승후씨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대회여서 그런지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며 “청소년들이 담배의 해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도현·김장훈·김창훈·kdh6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