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남포시 외곽의 농경지. 주민들이 논에 묘판을 설치하고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다. =북한 남포항/윤관옥·okyun@kyeongin.com
지난해 7월 이후 당국자 간 대화 단절로 남북간 긴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북측의 통제가 심해 남포시 일원을 샅샅이 둘러 볼 순 없었다.

하지만 체재기간 눈에 비친 남포의 일상은 평화로웠다.

서해갑문 건설로 대동강 하구에만 29억㎥의 물을 담수할 수 있게 돼 남포와 황해남도는 수십개의 물길(농수로)이 열린 새로운 곡창지대로 변모했다고 북측 인사들은 설명했다.
 
4월25일 조선인민군 창건기념일 공휴일을 맞은 남포시민들이 대동강 하구 습지에서 수백대의 쪽배에 나눠 타고 낚시를 즐기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시 외곽에 드넓게 펼쳐진 논에서는 모내기 준비를 위해 묘판작업을 하는 농민들의 바쁜 손놀림이 남쪽의 봄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시가지는 넓게 닦인 도로와 10~20층 규모의 대형 아파트들로 반듯반듯 정돈돼 있다.
 
공중 전선에서 흐르는 전력으로 움직이는 전기버스 그리고 버스정류소 인도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군고구마 상점'은 친근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26일과 27일 낮 남포시내는 저마다 자신의 바쁜 일상을 좇아 거리를 걷거나 자전거로 달리는 주민과 소학교 및 중학교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산뜻하게 단장된 교양광장에 세워진 고 김일성 주석 동상 그리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 인민과 함께 살아계신다'는 붉은 문구가 새겨진 조형물이 '유훈통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북한 주민 누구나 가슴에 달고 다니는 '김일성·김정일 배지'에 대해 묻자 북한적십자회 관계자는 “'배지'란 표현은 북쪽에선 매우 실례되는 말”이라며 “'초상휘장'이라고 해야 한다”고 귀띔해 줬다.
 
주민들은 평일 오후 5시30분 방송을 시작하는 조선중앙텔레비전과 매일 아침 가정과 직장에 배달되는 노동신문을 통해 각종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국가공휴일은 14일로 남쪽의 16일보다 이틀 적은데 양력설, 설, 광복절, 추석을 쇠는 것은 서로 똑같다.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가 맞물리면서 북한의 전력난과 원유난이 심각하다는 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방북단이 숙소에서 묵은 4일간의 야간동안 시내에 즐비한 고층아파트들 창문에선, 전력난 탓인지 좀체 불빛을 구경할 수 없었다.
 
북측 관계자들은 “인민의 최대 역점사업은 농사다. 남측이 진심으로 인도적 지원의사가 있다면 농약, 비료, 농기계, 경유를 최대한 지원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