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10일 낮 12시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조건부 미신고 장애인복지시설인 '평화의 집'. 낡디 낡은 건물 속 네개의 방안에선 점심시간을 맞은 장애우들이 자원봉사자들이 떠넣어주는 밥을 먹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장애우들은 7세에서 25세까지 모두 10명. 자폐증과 정신 지체를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다. 운영자 서정희(35·여)씨는 “결손가정 등 어려운 가정출신으로 대부분 지능이 1~2세 수준”이라며 “혼자서는 대소변도 못가린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장모(23)씨가 공룡 장난감과 건전지를 가져와 서씨에게 '엄마'라고 말하며 연방 몸짓을 했다. 서씨는 “건전지를 갈아달라는 얘기”라면서 “이 아인 12살때 여기와 13년째 생활 중인데 할 수 있는 말은 '엄마' 단 한마디 뿐”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집은 일대에 조성되는 공원 때문에 곧 이사를 해야하나 마땅히 갈곳이 없다. 청학동에 정부지원금과 전세금 등을 합쳐 단독주택을 구입해 보수공사를 시작했지만 주민들의 반대(경인일보 4월 21일 17면 보도)로 공사는 중단된 상태.
서씨는 “조용한 곳으로 가려하니 그린벨트라 안된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집을 사서 아이들과 함께 살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2일 1천24명의 반대서명을 받아 구청에 제출했던 청학동 주민들은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모(54·여)씨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에 들어오면 오히려 그 사람들이 더 불편할거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자 연수구는 보수공사 중인 집을 매입해 쉼터로 만들 계획이다.
공사가 중단된 평화의 집에는 '장애를 이유로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장애인복지법 제1장 8조가 새겨진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평화의집 장애인들 '머물수도 떠날수도…'
입력 200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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