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낮 12시께 농로 및 하천 정비공사가 한창인 남동구 장수동 488 국골농장 주변.
농장 옆을 흘러 장수천으로 합류하는 소하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자 새롭게 쌓은 제방 위로 예전보다 한 층 넓어진 농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제방 밑 하천 양편으로는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한 새로운 석축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그런데 하천 바닥에는 있어야할 수초나 흙은 보이지 않고 희뿌연 콘크리트가 흉물스럽게 포장돼 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구간은 모두 290m로 두께는 10㎝.
남동구청에 확인한 결과 “이 일대는 물살이 빨라 시간이 지날수록 제방 바닥이 유실되고 그로인해 제방을 따라 나 있는 농로도 침하현상이 우려돼 하천바닥을 콘크리트로 단단히 다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구청의 해명과는 달리 이 일대 소하천은 S자 형태로 유속의 흐름이 직선형 하천에 비해 느릴 뿐더러 콘크리트 대신 자연석이나 자갈 등을 깔면 제방 밑바닥을 단단히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사현장을 목격한 주민 박모(44)씨는 “복개한 청계천도 뜯어내고 복원하는 마당에 하천 바닥을 콘크리트로 포장한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환경을 파괴할 바에야 그 공사비를 차라리 결식아동이나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정비공사에 들어간 사업비는 1억5천700여만원.
건설교통부가 그린벨트 훼손부담금으로 조성한 국비로, 개발제한구역 안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라며 남동구에 지원한 돈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인천 하천살리기추진단 최혜자 간사는 “한쪽에서는 죽어가는 하천을 살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는데 다른 한쪽에서 하천 바닥을 콘크리트로 포장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상파악을 한 뒤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구 관계자는 “콘크리트 대신 자연석이나 자갈 등으로 석축 주변 밑바닥을 다질 경우 콘크리트에 비해 공사비가 최소한 6~7배 가량 더 들어가 어쩔 수 없이 바닥을 콘크리트로 포장했다”고 해명했다.
콘크리트로 바닥이 덮여 버린 하천은 인천시 청소년수련관 부근에서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복원이 한창인 장수천과 만나 환경파괴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