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9시 30분 점포가 문을 닫자 차양막으로 가려진 도로는 마치 어둠의 터널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13일 오후 9시30분 인천시 동구 송현동 중앙시장.

배다리 옆길을 따라 모여 있는 한복가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자 길 전체가 어둠에 휩싸였다.

상가건물 위에 방범등이 달려있었지만 길 양쪽 한복가게들이 쳐 놓은 차양막이 도로 전체를 덮을 정도로 맞닿아 있어 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길이 배다리에서 화평동까지 300여m. 중간에 동인천역 지하상가로 통하는 두개의 입구에서 나온 행인들도 모두 큰 길쪽으로만 빠져나갈 뿐 이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길을 통해 걸음을 재촉하던 한 40대 남자는 “시간이 지체돼 빨리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쪽으로 왔지만 너무 어두워 솔직히 다니기 겁난다”고 말했다. 송현 중앙시장이 차양막으로 인해 야간 범죄발생 우려 뿐 아니라 화재시 대형화재로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동인천역 인근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이모(57)씨는 “야간에 노숙자들이 드나들고, 얼마전엔 할머니가 돈을 빼앗겼다는 말도 들었다”면서 “한땐 부산 중앙시장 다음으로 번성했던 곳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차양막을 쳐논 점포주들도 나름대로 사정은 있었다. 한 한복가게 주인은 “차양막을 치지 않으면 햇볕에 옷이 바래 장사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관할 동구청에 따르면 이 도로는 도시계획법상 도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도로 위에 고정물을 설치해 놓는 것은 불법이다.

동구 관계자는 “중앙시장 경기가 너무 안좋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단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상가번영회 등에서 자발적으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현재 재래시장 환경정비사업도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 2월말 2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비하려했지만 주민설문조사 결과 약 30%만 찬성해 사업자체가 시작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