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관리를 맡고 있는 이형순(49·여)씨의 작업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어떤 장애우는 한두번 설명해주면 알아듣고 일을 제대로 하는데 10번을 해줘도 엉뚱한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이씨는 그동안 농장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사고 유형을 들려줬다.
잠시만 눈을 돌리면 잡초 제거작업을 하다 말고 토마토만 따서 가져오거나 웃순만 골라 잘라내는 바람에 토마토 줄기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게 대표적 사례. 500여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로 이뤄진 농장에는 줄기마다 아이 주먹만한 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리기 시작해 다음달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4월 돌멩이와 생활쓰레기로 가득 찼던 이곳에서 땀을 쏟은지 3개월만에 그 결실을 맛보게 되는 셈이다. '해맑음 땀방울 농장'은 남동장애인 종합복지관이 시와 남동구의 지원을 받아 정신지체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으로 운영중이다.
15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3명이 한조를 이뤄 일주일에 2~3회씩 오전이나 오후 2시간 가량씩 농사를 지으면서 재활을 다지고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농사를 짓는다는 표현보다는 아직까지는 배운다는게 적절한 수준. 물론 농장 관리를 맡고 있는 이씨나 사실상 이씨와 함께 농사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1명의 자활 근로자(1명은 건강이 나빠져 최근 그만둠)도 농사경험은 전혀 없는 초보 농사꾼들.
그렇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틈틈이 유기농 재배기술을 익혀가면서 토마토 외에 상추와 쌈배추도 함께 재배하고 있다. 이달초부터 출하를 시작한 상추 등의 매출액만 벌써 7만5천원 가량. 토마토 출하가 마무리 되는 오는 10월말까지 수입을 적립한 뒤 농장에서 일을 한 시간만큼 장애인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계획이다. “2개월 가량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지켜본 결과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던 장애인들이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처음 농사일을 할 때는 복지관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버스에 태워 왔다가 데려가셨는데 지금은 30분 거리인 복지관까지 보호자 없이 자신들 스스로 걸어다닐 정도입니다”라며 농장 관리인 이씨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흘린 땀방울 만큼 토마토가 무럭무럭 자라고 장애인들의 자활의지도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