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2시께 인천시 남구 용현고개 정류장. 편도 3차로 중 1차로로 달리던 인천 70바 ××××호 시내버스가 갑자기 2차로로 차선을 바꿨다. 이 버스는 정류장 근처까지 왔으나 3차로 옆에 설치된 버스 정차대를 무시한 채 2차로에 그대로 멈춰서 버렸다. 2차로로 달리다 버스의 정차로 인해 급정거 해야 했던 승용차 3대가 마구 경적을 울려댔으나 이 버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3분 가량 정차해 있다가 출발했다.
10분 뒤 버스정차대 중앙에 인천 89가 ××××호 트럭이 물건을 내리기 위해 멈춰섰다. 뒤따르던 인천 83다 ××××호 시내버스가 트럭을 피해 2차로에 정차했으나, 버스의 뒷바퀴는 여전히 1차로에 걸쳐 있었다. 버스 뒤 1차로와 2차로로 달리던 차량 10여대가 일순간 뒤엉켜버렸다.
같은날 오후 3시 동구 송림동 동산고등학교 앞 버스정차대. 한산한 편도 2차로 도로를 따라 30여분 동안 버스 27대가 지나갔지만 버스정차대 안에 정차한 버스는 한 대도 없었다. 버스들이 2차로에 정차한 채 승·하차가 이뤄졌고 승객들은 버스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2차로까지 나가서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시민 김모(63·여)씨는 “저쪽에서 서기 때문에 미리 나가 있어야 된다”며 “노인들은 걸음이 느려서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시와 각 지자체는 교통환경개선을 위해 시내버스 정류장 2천500곳 가운데 40% 가량인 1천여곳에 버스정차대를 설치했다. 설치이유는 버스들은 차로에 구애받지 않고 정차할 수 있고 뒤따르는 차량들도 버스정차로 인해 교통흐름에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버스정차대가 설치된 용현고개 정류장과 독쟁이고개 정류장, 동산고교 앞 정류장 등 3곳에서 버스의 정차위치를 확인해 본 결과, 버스정차대를 지키는 버스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버스가 버스정차대에 맞게 세우지 않고 바퀴 4개 중 한개를 다른 차선에 걸쳐 정차하거나 버스정차대에 접근조차 하지 않고 1개 차선을 막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2개 차선까지 막은 채 정차하는 버스도 있었다. 버스 운전기사 A(45)씨는 “나도 버스정차대에 들어가서 여유있게 승하차를 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불법주차 차량들이 다 막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겠냐”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버스기사의 이기주의와 얌체 주정차족 때문에 버스정차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교통흐름 개선을 위해 계도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