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그림물감을 묻힌 뒤에 종이에 살짝 대기만 하세요. 자자 천천히… 순서대로… 한꺼번에 몰려들면 안돼 얘들아.” 지난 10일 오후 2시 남동구 만수1동 '산돌 공부방'. 자원 봉사겸 공부방 일일 선생님으로 나선 하진영(문일여고 1년)·차유진(문일여고 1년)양이 10여명의 아이들에게 연방 주의를 당부하지만 쇠귀에 경읽기. 순식간에 하얀 종이는 온갖 색깔에다 크기도 제각각인 손과 발로 도배가 되고 말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보물찾기.

 보물 이래야 일일 선생님들이 준비해온 알사탕이 전부고, 10평 남짓한 공간에 숨길 곳도 뻔하지만 아이들은 놀이에 푹 빠져들었다. '산돌공부방'에는 하루평균 20여명 가량의 아이들이 찾아와 방학숙제와 학습지 그리고 각종 놀이를 하면서 즐겁고 신나는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유치원생부터 중·고생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70% 가량은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저소득층 자녀들. 영구임대인 만수주공 7단지를 비롯해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저소득층 자녀의 이용이 비교적 적다고 볼 수 있다.

 10여년 가까이 '산돌공부방'을 이끌고 있는 최종구(40) 목사는 “수급자 자녀 등은 자존심이 강해 공부방 이용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이곳은 다른 공부방에 비해 저소득층 자녀들이 비교적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현재 인천지역에 개설돼 운영중인 공부방(지역아동센터)은 60개소. 유치원생부터 중·고생까지 모두 1천400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천시는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던 공부방에 대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면서 그 수가 갑자기 늘어났다.

 지난해 월 67만원 가량이던 지원비가 올해는 200만원으로 올랐지만 공부방 이용인원과 관계없이 똑같이 지급되다보니 별도의 후원단체가 없는 공부방은 예나 지금이나 빠듯한 살림살이를 계속하고 있다. 지원비가 숨통을 조금 열어줬지만 공부방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 지출이 전체 지원비의 60%로 제한돼 있는데다 임대료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커다란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

 공부방 시설을 일정 규모 이상 갖추도록 한 정부 때문에 현재 건물을 빌려쓰고 있는 '산돌공부방'의 경우 후원은 거의 없는데다 매월 50만원이나 되는 건물 임대료를 감당하다보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최 목사는 “정부 지원비로 교사 인건비를 지급하자면 한분당 최대 60만원만 지급해야 합니다. 저희는 2명에게 75만원씩 지급하고 있지만 사명감만 갖고 일을 해달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더 많은 아이들이 공부방을 찾아오는 게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나머지 공부방 역시 사정은 이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보호와 교육지도 그리고 건전한 놀이나 오락 등을 통해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공부방(지역아동센터)'이 제역할을 충분히 해내려면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