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마모(46)씨는 가게 앞 인도에 10여일째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는 하수도 공사 현장만 보면 화가 치민다. 엉성하게 임시 복구만 해놓다 보니 비만 오면 가게 주변 인도와 차도는 공사장에서 쓸려 나온 흙탕물로 넘쳐난다.

 비가 그치면 이번에는 흙먼지가 날려 고통을 받고 있지만 구청에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마씨는 “ 무슨 공사를 언제까지 하는지 안내 표지판도 없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2주일 가량 공사를 했다. 공사가 중단된지 며칠 뒤인 지난 5일 구청에 피해 상황을 설명하면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더니 '다음날 공사해 주겠다'는 말만 남겼다”고 전했다. 〈위치도 참조〉
 다음날 공사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구청측은 사흘이 지난 9일까지 공사는 커녕 현장 조차 나오질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공사구간에서는 비만 내리면 빗물에 흙이 쓸려 내려와 10여m 가량 떨어져 있는 하수구로 흘러들어 하수구를 막고 있다.

 보다 못한 마씨는가 흙을 퍼내고 더 이상 흙이 쓸려내려오지 않도록 보도블록을 깔아놓는 등 공사장 주변정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허술하게 둘러쳐진 안전펜스가 쓰러져 길거리에 나뒹구는 것을 제자리에 갖다놓는 것도 마씨의 몫(?)이다. 하지만 마씨를 정말 화나게 하는 것은 민원을 처리하는 구청 관계자들의 태도. 마씨는 “구청에 전화를 했더니 서로 자기 일이 아니라며 떠 넘기는데 급급했다. 공사를 해주겠다던 담당 직원은 월요일부터 휴가를 떠났다”며 무책임한 구청 관계자들을 원망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배수가 잘 안된다는 민원이 접수돼 원인을 파악한 결과 십정동 구간에서 노후된 하수관이 발견됐다”며 “예정에 없던 공사여서 다른 하수관 공사를 할때 함께 하려고 임시복구만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구는 이번주중 십정동 구간에 대한 공사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원이 생길때마다 땜질하듯 대처하는 낡은 행정이 언제쯤 사라질지 한심스러운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