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을살리자] 1.프롤로그
2008년 봄, 인천시 연수구 동춘2동에 사는 송병주씨는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가까운 승기천으로 향했다. 아침운동을 위해서다. 승기수질환경사업소 쪽에서 구월동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까지 이어진 승기천변 조깅코스를 왕복한다. 10㎞를 약간 넘는 거리를 달리는데 50분 정도 걸린다. 아침 운동을 거르는 날엔 밤 시간을 이용한다. 가로등이 있어 달리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승기천은 또 송씨의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가 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부인, 네 식구가 맑은 물이 흐르는 승기천을 따라 걸으면서 각종 물고기도 보고 수생식물과 철새를 관찰한다.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몇 달 동안 계속된 아이들의 일기장은 '도심 속 생태보고서'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승기천 뿐만 아니라 '인천의 젖줄'이 된 다른 하천을 훑어보자고 조른다.
송씨는 아이들과 함께 하천을 탐방하면서 20여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본다. 자신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만 해도 남구 용일4거리에서 동양장4거리로 이어진 승기천에서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았다. 남동구와 인천항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 도로로 복개되기 전의 승기천은 전혀 오염되지 않은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던 것이다.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어릴 적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잡은 승기천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하천에 얽힌 아름다운 기억을 심어줄 수 없게 된 현실이 늘 가슴 아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업도시로 성장해 온 인천에서 하천은 악취와 오염의 대명사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천시가 2003년부터 추진해 온 '하천살리기 사업'이 반환점을 돌았다. 2007년 말까지를 목표로 승기천, 굴포·청천천, 장수천, 공촌천, 나진포천 등 5개 하천을 물고기와 철새, 수풀이 어우러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꾸미기 위한 하천살리기 사업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총 사업비 1천1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거대 프로젝트에 시민들의 관심도 뒤따라야 한다. 혐오스럽게 죽어 있던 하천에 생명을 불어 넣고, 말 그대로의 젖줄로 만들기 위해선 이 사업을 제대로 펼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는 도심하천을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고, 2003년 9월엔 전국 최초로 전문가와 시민·환경단체, 관련 공무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하천살리기추진단'을 꾸리기도 했다. 시는 그동안 하천살리기 사업의 기초를 닦은 셈이다. 이제 이 토대 위에 어떤 성과물을 쌓을 수 있을 것인가.
경인일보는 창간 45주년을 맞아 각 하천을 직접 둘러보면서 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방향이 맞는 지,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떤 지, 미리 가본 2008년의 하천의 모습은 어떤 지 등을 각 하천별로 꼼꼼히 따져본다.
물없인 모두 죽는다
입력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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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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