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닭 3만여 마리를 키우는 인천시 서구 A양계장 주인 이모(56)씨는 '조류독감 대비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제발 조류독감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버럭 화부터 냈다. 그는 “가뜩이나 닭 값이 떨어졌는데, 언론의 대대적인 조류독감 예보로 닭값이 더 떨어질까 두렵다”며 “내달 초순께 닭 3만여 마리를 한꺼번에 출하해야 하는데 가격이 더 하락하면 내년 장사는 그만둬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 14일 전국에 조류 독감 예보가 발령된 가운데 인천지역 양계농가와 관련 업계에 악재의 그늘이 깊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 7월 성수기 이후로 식용 닭과 달걀 값이 곤두박질 친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류 독감 예보가 내려져 닭과 달걀 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역 양계농가에 따르면 지난 7월 식용닭 1㎏의 유통가격은 1천700원 수준. 그러나 이달들어 조류독감 파동이 빚어졌던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인 900원대에 닭이 유통되고 있다. 달걀의 경우 '특란' 10개의 가격은 800원대로, 지난달에 비해 35%가 급락했다.

 서구 B양계장 김모(61)씨는 “닭과 달걀 값의 추락으로 양계농민들이 전부 파산할까 우려된다”며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관계당국이 이런 내용은 홍보하지 않고 무조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떠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닭을 취급하는 음식업계는 매출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남동구 O치킨집 장모(35)씨는 “예보 후 매출이 5% 정도 감소했으나 이 같은 여파가 앞으로 지속될지 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H마트 관계자는 “조류독감 예보 후 생닭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조류독감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홍보하고 있으나 판매량이 계속 줄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조류독감 예보로 인천시와 인천국제공항에도 비상이 걸렸다. 시는 오는 25일 10개 군·구와 시 농업기술센터 농가 등이 참가하는 '가축질병지역예찰협의회'를 긴급 소집하고 조류독감 예방을 위한 특별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03년 12월 전국 10개 시·군에 조류독감이 몰아쳤으나 인천은 피해가 없었다”며 “그러나 '조류 인플루엔자'는 폐사율이 80%인 제1종 법정가축전염병인 만큼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소독발판과 적외선 열탐지기를 동원, 검역 감시활동을 강화했다. 특히 인천공항은 철새 도래지인 중국과 몽골·러시아·동남아 등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승객들의 휴대물 검색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인천에는 1천130여 농가가 114만8천200여 마리의 닭을, 190여 농가가 9천700여 마리의 오리를 사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