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조류독감을 옮기는 것 아닙니까.”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조류 독감 예보 후 감염을 우려, 비둘기를 다른 곳으로 격리시켜 달라는 민원이 관계당국에 쇄도하기 때문이다.
15일 남구 등에 따르면, 최근 남구에는 용현초등학교 부근 경인고속도로 아래 공터에 서식하는 비둘기 40여 마리를 격리시켜 달라는 용현초교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는 이날 고가차량과 공무원을 동원해 용현초교 일대에서 대대적인 청소활동을 벌였다. 또 죽은 비둘기 서너마리를 수거, 폐기처분하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비둘기는 유해조수가 아니라 함부로 죽이거나 서식지를 훼손할 수 없다”며 “다만 배설물로 인한 감염을 우려, 방역작업을 벌이거나 청소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구는 비둘기 40~50여 마리가 수시로 모이는 수봉공원 일대에서 조류독감 예방 방역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최근 '비둘기광장'이란 이름까지 붙여진 중구 자유공원 일대에서 비둘기가 자취를 감춰 버렸다. 이 일대는 비둘기 100여 마리가 관광객들이 주는 모이를 먹기 위해 북적였던 곳. 그러나 조류독감 예보 후 먹이를 주는 관광객들이 자유공원을 찾지 않아 비둘기도 먹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인근 상인 김모(47)씨는 “이 곳에는 적어도 100마리가 넘는 비둘기들이 모였었다”며 “먹을 거리가 없어지자 인천항 곡물부두로 서식지를 옮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비둘기는 겁낼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시 관계자는 “토착 비둘기들은 조류독감을 옮기는 철새와 어울리지 않아 조류독감 전염과는 상관이 없다”며 “비둘기가 조류독감에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을 먹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비둘기가 배설물을 먹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조류독감 공포 '비둘기 수난'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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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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