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와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인천지역 일선 자치 구·군이 '생떼 민원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관련법상 들어줄 수 없거나 집단의 힘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관철시키려는 민원이 대부분이어서 각 구청마다 이들을 처리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 오후 2시 A구청 비서실에 50대 후반의 민원인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했다.

자동차세를 1년동안 내지 않아 구청 직원들이 번호판을 떼어가자 되돌려 받을 목적으로 구청을 항의방문한 것이다. 30여분간 자신이 어려운 처지라는 것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던 이 민원인은 제풀에 지쳐서야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자신을 돌보지 않으니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해 달라는 50대 초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재산조회 결과 1억원 상당의 집을 소유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급자로 선정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민원인은 5분여간 난동을 부린 다음에야 비서실을 나섰다.

B구청에는 요즘들어 사회 단체 회원임을 내세운 이들의 발길이 부쩍 잦다. 주·정차위반 단속에 적발된 것을 무마해 달라거나 화장지 등 자신들이 판매하는 물품을 구입해 달라는 내용이다.
구청장 비서실 K씨는 “연말이라 그런지 물품구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욕설을 퍼붓는 것은 물론 협박도 일삼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C구청은 재개발을 둘러싼 재산권 분쟁에 구청이 개입해 주지 않는다는 민원인들 때문에 갈수록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민원인 전화를 받다보면 도가 지나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해당부서는 필요없으니 구청장을 바꾸라거나 내가 뽑은 구청장인데 민원 해결못해주면 다음 선거 때는 안 뽑아준다 등 협박아닌 협박을 받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집단민원이 빈발하고 있는 D구청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의 '생떼 민원인'들 때문에 거의 매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할 단체인 점을 악용해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이권을 요구하거나 특정지역 주민이나 특정 단체 내부의 일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해 주지 않으면 어김없이 '표'를 내세우고 있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도로개설 등에 있어 우선 순위에서 뒤처져 공사가 늦어지면 인근 주민들이 집단을 이뤄 '선거 때 두고보자'는 식의 추태도 속출하고 있다. 인천 모구청 관계자는 “집단 민원인들에 대해서는 구청이 몸을 낮출 수 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집단의 힘 때문에 오히려 더 곤란한 경우를 당하기 십상이어서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