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께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송도국제도시 현대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최근에 세운 듯한 버스정류장 노선안내표지판은 아무 내용도 써있지 않은 채 텅 비어 있었다. 이 곳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는 6번과 6-1번, 8번 등 모두 3대가 있지만 표지판을 봐도 어느 버스가 어디로 가는 지 전혀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유령 안내표지판'인 셈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 박모(42)씨는 “얼마전 부모님들이 버스를 타고 오시다 종점행인지 모르고 잘못 내려 고생하신 적이 있다”며 “노선홍보가 잘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 버스를 이용한다는 김모(16·고1)양은 “그래도 지금은 8번이 증편돼 대중교통이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도 동막역까지 나가려면 날도 추운데 버스가 안와 오래 기다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앞 길. 아줌마 5명이 기자가 탄 차를 보고 “동막역까지 태워 달라”며 손을 흔들었다. 인천경제청에서 일한다는 김모(51·여)씨는 “어떤 날은 15분을 넘게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며 “이제는 버스가 늦게 오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 홈페이지에는 대중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선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광역버스를 타도 인천시내를 돌기 때문에 서울까지 2시간 이상 소요돼 과연 이 버스를 광역버스라고 해야 하는지…”라며 불편을 호소한 필명 유지혜씨는 “늘어진 행정이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불편을 주는 지 알고 있냐”며 “차라리 이사를 가고 싶다”고 적었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입주민들과 이 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불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1천200여 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대중교통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입주가 시작된 이후 현재 이 곳에 사는 사람은 대략 4천여명. 개별연구소 31곳, 국공립연구센터 5곳에 근무하는 인원도 1천400여 명이나 된다. 여기에 송도테크노파크 입주기업, 인천경제청, 해양경찰청, 인천대교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는 인원까지 따지면 적지 않은 수다. 특히 오는 5월과 6월에는 각각 '한진로즈힐'(661가구), '성지리벨루스'(626가구)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대중교통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송도국제도시 대중교통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택시나 대리운전기사들이 웃돈을 요구하거나 승차를 거부하는 불법 행위도 여전하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송도국제도시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광역버스 신규 노선 확충을 인천시에 건의했으나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 “4천여 가구 때문에 서울 직선노선을 신설할 수는 없다”며 “기존 노선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르포] 버스는 안오고 택시도 안서고…
입력 2006-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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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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