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30분 인천시 남동구 구월 농축산물도매시장.
 폐장까지는 아직 1시간30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시장 안 이곳 저곳에선 물건을 고르다 가격을 물어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발길을 돌리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배추 가격을 묻고는 혀를 내두른 김모(47·주부)씨는 “손바닥만한 배추 한 포기에 1천원이고, 실하다 싶은 건 3천원이라 너무 놀랐다”며 “농산물 가격이 올라 식탁차리기가 점점 더 버거워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장내 상인들은 이번 겨울 배추와 무, 오이, 고추, 깻잎, 대파 등 채소류 가격이 부쩍 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채소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소매가 2천원 정도였던 대파 한단이 현재 3천원”이라며 “한달 전 7천원까지 나갔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떨어진 편”이라고 설명했다.

 채소류 가격이 폭등하면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재료비 부담이 갈수록 가중된다며 더욱 울상을 지었다. 이모(38·식당운영·여)씨는 “손님들이 떠날까봐 재료비는 올라도 음식값은 올릴 수 없어 다른 식당들 눈치만 보고 있다”며 “1주일에 3번씩 이곳을 찾는데 올때마다 '또 올랐으면 어쩌나'하고 가슴을 졸인다”고 말했다.

 11일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번주 배추의 평균 반입가격은 ㎏당 196원이었던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3배 가까이 오른 527원이다. 무 가격도 1㎏에 121원이었던 지난해 요맘때에 비해 200% 가까이 올라 352원에 달했다. 이밖에 대파와 양배추, 시금치 등의 가격이 동기대비 100% 넘게 올랐고, 지난해 2천722원이었던 풋고추도 최근 1㎏에 4천400원까지 가격이 수직상승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무와 배추는 지난해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축소돼 생산량 자체가 20% 정도 줄었다”며 “여기에 배추의 주산지인 충남과 호남지방에 폭설과 한파가 몰아쳐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시는 다음주께 설맞이 물가안정대책을 실시할 예정이고 각 구군도 홈페이지에 농산물 가격을 공지하는 등 물가잡기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과연 서민들의 주름살이 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