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주안6동에 사는 정모(45·여)씨는 최근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전산자료 조회에서 남편의 소득이 파악됐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정씨는 현재 남편과 별거 중인 상태.
정씨는 조그만 공장을 다니면서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큰 딸(강모씨·25)과 단 둘이 살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집안 형편으로는 큰딸을 돌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큰 딸 강씨는 “아버지는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아예 호적에서 분리된 상태”라며 “아버지도 외삼촌에게 명의를 빌려줬을 뿐 실제 소득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동사무소 관계자는 “정씨 모녀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원칙상 어쩔 수 없다”며 “정씨의 남편 명의로 250만원의 소득이 있는 것으로 돼 있어 수급자 선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남구 용현동에 위치한 D병원. 이 병원의 의료급여 청구액은 매달 100여만원 정도. 인근에 저소득층 주거지역이 밀집해 있는 터라 의료급여수급권자(의료보호대상자)를 많이 상대하는 편이다. 많은 의료급여수급권자를 상대하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다고 한다.
어느 날 6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병원을 찾아와 진료확인서 발급을 요청했다. 의료급여수급권자 신청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병원측은 “최근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며 진료 확인서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이 병원 관계자(38·여)는 “주위에 알아보니 5층짜리 빌딩 소유권이 아들 앞으로 돼 있고, 실제 관리인은 할머니였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를 하다보면 각종 귀금속으로 몸을 치장한 의료급여수급권자도 볼 수 있다”며 “의료급여수급권자 선정에 앞서 실질적인 소득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처럼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하는 시민들은 수급대상에서 제외되고, 몰염치한 시민들이 혜택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민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와 의료급여수급권자로 선정된 사람은 각각 6만1천260명, 7만4천720명. 이들에게 연간 무려 2천600억여원(국비 포함)이 지원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수급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선정 절차·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금융(소득)조회를 1년에 1번 정도 밖에 할 수 없다”며 “소득을 속였다가 금융조회에서 들통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이근학 의원은 “동사무소 인력이 부족해 통장을 통해 의료급여수급권자를 추천받는 경우가 많다”며 “구에만 의료보호대상심사위원회가 있어 정밀실사가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활보호대상자 선정 '엉망'
입력 2006-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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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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