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2시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영락 요양원에서는 특별한 혼례식이 열렸다. 80대 중반에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원희(84) 할아버지와 김귀연(85) 할머니에게 노인 친구들의 질투어린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무료양로시설인 인천 영락원(원장·김형은)의 원 할아버지와 바로 옆 영락요양원(원장·은영주)의 김 할머니가 처음 만난 건 할아버지가 시설에 입소한 지난해 여름. 은영주 원장에 따르면 이들은 노인들로 구성된 영락주찬양 선교단에서 활동하며 서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꼈다. 둘다 한번씩 결혼을 했었고 할아버지에겐 자녀도 있었지만 사랑이란 나이와는 무관한 것.
약 한달 전 서로의 사랑을 믿었던 원 할아버지와 김 할머니는 어렵게 결혼을 결심했고, 주변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새로운 연상연하 부부가 탄생하게 됐다. 이날 서울시 양천구 자원봉사센터 신자순 국악예술단의 협조를 받아 치러진 전통혼례식.
할머니는 혼례식 내내 부끄러운 표정이었지만 할아버지는 연방 싱글벙글 웃으며 새 신부를 맞이한 기쁨을 표현했다. 김 할아버지는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인데 나이가 많다고 주변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얼마남지 않은 인생 서로 등도 긁어주고, 끝까지 아껴줄 수 있는 이 사람을 만나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술 대신 식혜로 대신한 식이 끝난 뒤 떡과 과일 등이 차려진 가운데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다. 주인공을 둘러싼 시설 관계자들과 노인 친구들은 이들의 뒤늦은 사랑과 결실을 축하했다. 여기에 신자순 국악예술단의 흥겨운 공연이 이날의 흥을 한층 북돋웠다. 영락요양원은 시설 내 방 하나를 신방으로 꾸몄고, 이 부부에게 예쁜 잠옷도 선물했다. 은 원장은 “가끔씩 노년에 다시 결혼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80대에 부부의 연을 맺는 건 처음 본다”며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 두 분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화제인물] 여전히 부끄러운 할머니 각시… 연방 싱글벙글 할아버지 신랑
입력 2006-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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