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향촌 지구(남동구 만수 2·3동)' 재개발 현장에서 자신이 살던 집이 강제로 철거당한 직후 40대 철거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4일 오전 7시55분께 향촌지구내 빈 집에서 신모(49)씨가 부엌 천장에 빨랫줄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신씨 주변에서는 안경과 휴대폰 그리고 지갑 등 신씨의 소지품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숨진 신씨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을 가려내기 위해 부검을 의뢰키로 했다.
향촌지구는 옛 선인학원(현재 인천대)이 건립되면서 밀려난 철거민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형성된 이른바 '달동네'로, 신씨는 2001년 11월 이곳에 셋방을 얻어 자리를 잡았다. 가족이나 친척 등 연고자가 없이 혼자 지내던 신씨는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한 2002년 10월 이후에는 주로 막노동 등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향촌지구 사업주인 주공 인천본부가 13일 오전 8시부터 신씨를 포함한 미이주 가구에 대한 강제철거(행정대집행)에 나섰을 당시 신씨는 삶에 대해 무척 애착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공측 관계자는 “철거 반원들이 가재도구를 밖으로 옮기자 신씨가 냉장고는 자신이 옮기겠다고 하는 등 특별히 삶을 포기할 만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도 경찰에서 “신씨가 자신이 세들어 살던 집을 철거당한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집터를 바라보고 있었다”면서 “요즘은 일거리가 없어 쉬는 날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신씨는 세입자 등으로 구성된 철거대책위원회나 이주대책위원회(현재 향촌지구 세입자들은 양 단체에 나뉘어 소속돼 있다)에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해 철거현장에서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공이나 남동구에서 수차례에 걸쳐 영구임대아파트나 다가구 임대주택 입주를 권유했지만 신씨로서는 넘볼 수 없는 '그림의 떡'과 같았다. '바이 인천'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인천지역에서 재개발 또는 재건축이 진행 또는 계획중인 곳은 180여곳. 신씨와 같은 철거민이 쥐고 있던 '희망의 끈'을 놓고 삶의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지 않아도 되는 대책이 절실하다.
벼랑끝 철거민 '삶의 끈' 놓다
입력 2006-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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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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