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의 교과서로도 불리며 각 정당이 앞다퉈 도입했던 당원들에 의한 후보 선출, 이른바 '상향식 공천'이 이번 5·31지방선에서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주요 정당들은 5·31 지방선거 후보자를 대부분 여론조사와 면접 등 '심사'를 통해 결정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며, 일부는 내정한 상태다. 하지만 면접이나 여론조사가 형식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당원협의회장(옛 지구당위원장)의 입김이 거세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높아지면서 과거 '하향식 공천'으로 되돌아갔다는 비난에 휩싸이고 있다.

4명이 공천신청을 내 후보간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던 A구 구청장 후보선출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교통정리' 됐다.
그런데 인지도에서 4~5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인물이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면서 공정성 시비는 물론 밀실야합의 결과라는 등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공천신청을 했던 한 후보는 “후보선출을 위한 여론조사 등을 벌였지만 정작 심사에서는 반영된게 아무 것도 없다. 당원협의회장 마음대로 후보를 선출할 바에야 후보공모는 왜 했느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B구의회 의장인 3선의 한 기초의원도 불과 한달전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로 전입한 당원협의회장 측근 인사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

그는 “불과 1년전 입당한 철새정치인과 지역사회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도 공천을 받았다”고 전한 뒤 “경선을 거쳤다면 당연히 떨어질 이들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당이 상향식 공천을 포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C구의회 3선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한 의원은 “경선에서 패했다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니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연고가 없는 당원협의회장 측근이 공천을 받았다고 전한 그는 “상향식 공천이 정착되지 않으면 누가 열성적으로 의정활동을 하겠는가. 결국 다음에 또 공천을 받으려면 주민들을 위한 의정활동 보다는 위만 바라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정당들이 '상향식 공천'을 포기하는 명분은 당내 경선을 거칠 경우 상호 비방과 흠집내기 등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게 주된 요인이다. 그렇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당원협의회장 등의 '내사람 심기'를 위해 거추장스러운 상향식 공천을 벗어던지고 있다는게 지역정가의 관측이다.

결국 '내사람 심기'식의 하향식 공천은 인천지역 곳곳에서 극심한 공천탈락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고, 탈당을 넘어 5·31 본선에서 '소속정당 죽이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혼탁선거를 예고하고 있다.

/김도현·김장훈·김창훈기자·kdh6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