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차는 '거리 무법자'

　지난 18일 오전 8시30분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A아파트 앞. 9인승 유치원 승합차가 아파트 정문 앞에 정차했다. 먼발치에서 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5~6살배기 어린이 3명이 차량에 뛰어올랐다. 어린이들이 안전띠를 맬 틈조차 주지 않은 채 승합차는 매연을 내뿜으며 출발했다. 10분 뒤 청학동 모 초등학교 인근 지하차도 앞 모퉁이.

　'B학원'이라고 쓴 노란색 통학차량이 뒤따르던 차량들의 진입을 가로막은 채 도로변 모퉁이에 어린이들을 내리고 있었다. 이 차량에는 어린이보호를 약속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나 승합차 네곳 모서리에 경광등도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보조교사도 탑승하지 않았다. 같은날 오후 2시30분 남구 주안2동 C학원 앞. 인근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태운 노란색 25인승 버스가 인도에서 1m 가량 떨어진 횡단보도 중간에 정차했다.

　버스와 인도 사이에 낀 승용차가 경적을 울렸으나 버스 기사는 못들은 척. 초교생들이 전부 내린 다음에도 버스 운전기사는 출발하지 않다가 승용차 운전자가 화가 나 문을 박차고 나오자 그때서야 서서히 버스를 움직였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어린이보호차량은 시내 곳곳을 질주하는 무법차량으로 통한다.

　'어린이가 탔으니 주의해달라'는 의미에서 노란색으로 도색만 돼 있을 뿐,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다거나 다른 차량의 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기본 상식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차량은 노란색에 승강구 발판과 경광등, 어린이용 안전벨트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신고제인 까닭에 신고를 하지 않은 차량들은 보호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필요가 없다.

　특히 신고를 하지 않으면 어린이집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는 대부분 미신고 차량들인 것으로 관련 업계는 분석한다. 경찰은 “현행법상 어린이 보호차량 조사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라며 “이것저것 갖추려면 돈이 많이 들겠지만 무엇보다 어린이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어른들의 성숙된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찬:대한손해보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