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구잡이식 여론조사 자료 판매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판매하는 일부 여론조사 업체들의 “유권자들의 성향을 분석한 자료”라는 제안에 출마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을 최대한 악용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수십만원을 요구했다가 나중에는 “더 구체적인 자료가 있다”며 2~3배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남구청장에 출마하는 박우섭 예비후보 측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A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여론조사 결과가 좋게 나왔으니 유권자 동향을 확인해 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박 후보측 관계자는 “처음엔 55만원 가량을 입금해야 볼 수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80만원을 입금해야 자료를 볼 수 있다고 해 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학재 서구청장 측도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고 3차례 실시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치 중 하나를 구입했다. 이 구청장 측 관계자는 “구입한 여론 조사 자료가 어떻게 조사됐는지도 모르고 형태도 알 수 없어 그 다음부터는 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구1선거구 시의원에 출마하는 안병배 시의원은 B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중구청장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 의원이)좋게 나왔으니 100만원 정도를 입금하면 자료를 보여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안 의원은 “도대체 후보가 어디에 출마하는지도 모르는 여론조사기관이 무작정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한 철 장사에 나선 여론조사 업체들도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서울지역 업체들이 여론조사 판촉에 나서고 있으며 ARS(자동응답 전화설문)로 할 경우 인구 500명 기준으로 보통 300만원 전후를 요구하고 있다. 조사원이 직접 설문조사하는 경우는 부가세를 포함해 1인당 1만1천원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지역 업체들의 경우 조사원 직접 설문조사에 200만~300만원 가량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성 중구청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관계자도 “동별로 50명씩을 잡아서 샘플링을 하면 취약한 지역이 파악되고, 그곳에 선거운동을 집중할 수가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라는 얘길 듣고 솔깃했다”며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업체인데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계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진호·김장훈·김창훈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