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왕따 당하는 기분이에요.”
인천지역 구청장 선거에 나서는 P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약수터, 음식점 등지를 돌며 하루 평균 1천매 가량의 명함을 돌리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에 서러움마저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음식점 주인 등과 만날 때 '장사가 안된다'는 푸념일지라도 몇마디 나누는 것은 그나마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정치신인으로 인천시 서구선거구에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Y씨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발품을 팔며 명함을 돌리지만 인지도를 높이기가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한다.
나름대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 유권자들에게 파고 든다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시의회 출마 예정자는 “정치 신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제도가 시행된다 해서 많이 기대를 했는데 역시 기존 정치권의 벽을 넘을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5·31 지방선거에 처음 적용되고 있으나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맞물리면서 '현실에 맞게 돈은 묶고 말은 푼다'는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단체장 선거는 어느 정도 관심을 끌지만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아예 밑바닥이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개정된 공직선거법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예비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명함 돌리기가 사실상 유일하다.
명함 한장으로 자신의 소견과 정책을 알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게 예비 후보자, 특히 정치신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그나마 항공기 안과 선박, 여객자동차, 열차, 전동차 등 터미널 구내에서는 명함을 주면서 지지호소를 할 수 없다. 유권자 김모(32·남동구 간석2동)씨는 “정당연설회 등이 사라져서인지 선거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며 “솔직히 지역 출마자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모씨도 “간혹 명함을 돌리는 예비후보자들을 만날 때 '수고한다'며 덕담을 건네기는 하지만 명함만 보고는 누가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할 지 확신할 수 없어 선거에 대한 관심을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온라인 선거운동도 마찬가지.
정부는 이번 선거가 온라인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본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라도 예비후보자는 유권자에게 이메일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메일 선거운동은 '허울' 뿐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비후보자가 유권자의 이메일 주소를 구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도 도입으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 것도 유권자들이 선거에 등을 돌리게 된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처음 선거전에 뛰어들었다는 한 후보는 “후보자들간 정책 대결로 승부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며 “이런 상태라면 5·31 지방선거가 정당과 중앙정치 바람에 휘둘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취재반〉
[월요기획]예비후보 선거운동 '명함돌리기' 유일한데… 유권자들 '잡상인' 취급
입력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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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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