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가열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무관심과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인일보가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방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3%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지역정치'는 관심 밖의 일이 되어 버렸다.

11일 정치계나 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첫 시행되는 예비후보 등록제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각종 부작용을 낳으면서 가뜩이나 낮은 투표율을 더 낮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한 비리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 지방선거부터 광역·기초의원의 유급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기대에 맞는 후보들이 적은 것도 무관심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5·31선거 후보등록일을 4일 앞둔 지역정가는 각 후보진영마다 선거대책본부를 꾸리고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거리에는 예비후보등록후보들이 연일 명함을 뿌리고, 재래시장과 주택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표정은 밝지 않다.

선거 출마자들은 이에 대해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아니겠냐”고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속내는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실제 중구 광역의원에 출마한 A후보는 “뭐하러 선거에 뛰어드느냐는 유권자들의 얘길 들을 때면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H건설 강태원(33·인천 남동구 간석3동) 과장은 “우리 동네에 누가 출마하는 지 모른다”며 “후보자도 너무 많고 투표방식도 복잡하다던데 그냥 당보고 찍을 생각”이라고 했다. 강씨는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 많은 사람(후보)들을 언제 일일이 따져보겠느냐”며 “투표하는 것만으로도 큰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태원(65·남구 주안6동) 사장은 “언제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희망을 준 적이 있냐”고 화부터 냈다. 정씨는 “민주 자본주의라는 게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돈도 벌고 삶이 나아지는 것 아니냐”며 “아무리 노력해도 (정치인들이)각종 규제와 세금으로 사업도 못하게 하는데 누가 관심을 갖겠냐”고 말했다.

인하대 법대 김민배 학장은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지방자치제도가 이론상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도 상당히 많은 권한들이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지역정치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