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비염으로 고생하는 직장인 김모(33·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씨는 지난 주부터 마스크를 쓰고 출근한다. 꽃가루(화분) 때문에 비염 증상이 더욱 심각해 졌기 때문. 김씨는 “비중격 만곡증(콧뼈가 휘는 증상)에 비염까지 겹쳐 한쪽 콧구멍이 '꽉' 막혀 숨도 쉬기 힘들다”며 “매년 봄에 꽃가루로 고생하지만 올 해는 그 증상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최모(42·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씨는 세차를 2주일 째 하지 않고 있다. 최씨는 “황사가 수그러들자 꽃가루가 다시 인천 시내 전역을 뒤덮었다”며 “간 밤에 내린 이슬과 꽃가루가 뒤섞여 차가 누런색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인천에 꽃가루 비상이 걸렸다.
인천의 경우 강원도에 비해 덜하지만 전체 면적의 40%가 산림 지역이어서 꽃가루 발생량이 많은 데다 꽃가루가 공업단지와 화물을 실어 나르는 대형 차량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디젤·아황산가스와 혼합돼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16일 대한알레르기호흡기학회에 따르면, 지난 주부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 당 꽃가루수는 100을 넘기 시작했다.
15일에는 꽃가루수가 400을 넘어 꽃가루 주의보가 발령됐었다. 학회는 이날부터 꽃가루수가 100~200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이번 주 내내 100을 넘나드는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알레르기를 유발할 위험이, 500을 넘으면 위험 수준에 달한다고 경고한다.
또 이들 꽃가루가 1천분의 3∼20㎜ 크기로 눈에 잘 보이지 않고 호흡기 깊숙이 파고들어 천식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자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남동구 H이비인후과의 경우 알레르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2~3배 가량 늘어났다. 이 병원 관계자는 “평소 10명 정도였던 알레르기 환자가 지난 주부터 30여 명으로 늘었다”며 “오전 일찍 진료 예약을 해도 점심 시간 이후에나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표(42) 교수는 “봄철 질병을 일으키는 꽃가루는 자작나무와 오리나무, 너도밤나무 등에서 발생한다”며 “온도가 높고 날씨가 화창한 봄철에 피해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꽃가루 관련 환자의 20~30%가 단순 감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심할 경우 천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재채기가 10일 이상 계속될 때는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꽃가루는 괴로워"
입력 200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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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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