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은 투표를 하지 말라는 건가요?” 8살 때부터 백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김찬현(가명·50)씨.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아내 이은숙(가명·47)씨와 함께 살고 있는 시각장애 부부다.
그는 시각장애인관련 단체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터라 선거 출마자들의 정책·공약에 관심이 많다. 몸이 불편하지만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후보와 후보의 정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김씨는 “인천에서 20여년 살면서 후보들의 점자(點字) 공보물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며 “방송토론회나 뉴스를 통해 후보자들의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워낙 유명한 양반들이라서 알 수 있다”면서 “군·구의원, 시의원은 어떤 사람이 나오는 지 알 수 없어 정당만 보고 찍는다”고 말했다.
5·31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인천지역 후보 상당수가 점자 공보물을 제출하지 않는 등 장애인 유권자에게 무관심하다. 시각장애 유권자를 위한 점자 공보물을 제출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후보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

인천지역에 사는 시각장애인은 모두 8천~9천명. 이중 점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1~3급이 4천명이고, 유권자는 3천명 정도다. 28일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인천시장 후보 4명 중 1명은 점자 공보물을 제출하지 않았다. 기초단체장 출마자 39명 중 점자 공보물을 제출한 후보는 23명에 불과했다. 시의원 후보 107명 중 시각장애유권자를 위한 점자 공보물을 제출한 후보는 21명에 그쳤다.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의 경우에도 점자 공보물을 제출한 후보는 6%에 불과했다.

군·구의원 후보는 거의 점자 공보물을 만들지 않았다는 게 시선관위 예측이다. 부평구의 경우 광역·기초의원 후보 88명(시장 후보 포함) 중 점자 공보물을 제작한 후보는 11명이다. 점자 공보물을 만든 고진섭 한나라당 부평구 제2선거구 후보는 “평소 장애인들의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들도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이고, 누가 선거에 나오는 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평구 가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재홍 후보는 “다리골절로 3개월 간 휠체어를 타고 다닌 적이 있다”며 “당시 경험이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소개했다.

김용기 (사)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회장은 “참정권과 알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점자 공보물 제작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