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전철 철로도 모자라 지하차도까지 건설돼 동네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면 저희는 어떻게 생활하라는 말입니까!”
 지하차도 건설을 위한 측량 작업 등이 진행중인 인천 부평구 부평6동 동소정 사거리 일대 주민들은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급기야 울음까지 터뜨렸다.
 이 곳은 경인전철로 생활권이 남북으로 갈려있는 이른바 부평 남부지역 가운데서도 대표적 낙후지역.지난해 7월 만월산 터널(남동구 만수3동~부평구 부평6동)이 개통되면서 개발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지만, 그 기대는 이내 산산 조각이 나 버렸다. 터널 개통으로 이 일대 교통량 증가가 예상된다며 인천시가 길이 570m의 왕복 4차로 지하차도 공사를 지난 2월부터 시작한 것이다.

 만수동 지역은 터널과 일직선 방향으로 지하차도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 달리, 부평에서는 터널과 직각 방향으로 지하차도 노선이 결정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계획대로 지하차도가 건설될 경우 횡단보도 2곳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인도 폭이 현재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초등학생 등 주민들의 통행 불편은 물론 유동인구 감소로 이 일대 주민들은 생존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공사가 가시화되면서 인근 상가에는 빈점포가 늘고 있다. 지하차도 반대대책위원회 김옥진(56·여) 위원장은 “지하차도 건설구간에 있는 200여개 점포 가운데 10여개가 비어있다. 계약연장을 하지 않거나 계약을 했다가 지하차도가 건설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해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3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말 시에 반대 청원을 제출한 주민들은 13일로 예정된 간담회서도 절박한 사정을 호소할 예정이다. 초등학생 남매를 두고 있는 이모(38·여)씨는 “지하차도가 들어서면 이 곳은 경인전철 철로와 지하차도에 갇혀서 생활하게 된다”며 “낙후된 지역에 사는 서민들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주거환경을 이렇게 악화시킬 수 없다”며 분노했다.
 뒤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지하차도를 이곳에 건설하는게 타당한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만월산터널 보다 먼저 개통한 문학터널 등 유료도로 예측 통행량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지하차도 건설예정 구간이 끝나는 지점인 부개사거리부터 교통정체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통량 분산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지하차도 건설비용 460억원을 부개사거리 등의 도로구조 개선에 투입한다면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이 일대 교통정체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시는 교통량과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해 도로구조나 방향이 결정된 만큼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량이 더 늘어나기 전에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고가차도에 대한 반대민원으로 지하차도가 결정됐고, 경인전철 철로 때문에 방향도 지금처럼 변경됐다”며 “주민들의 고충은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공사중단 여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