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급식사고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충격에 빠졌다.
 아직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않아 사태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현행 급식체계가 안고 있는 총체적 부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인일보는 이번 급식사고를 계기로 학교 급식의 문제점을 진단해 보고 학생들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지난 4월엔 닭털이 뽑히지도 않은채 조리된 닭요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식판도 잘 안 닦는 것 같고 식탁도 더럽습니다. 밥 먹는데 옆에서 청소를 하기도 해요.”(인천 D고 1학년 C군)
 급식사고가 터진후 만난 학생들은 학교 급식에 대한 불만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학교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비위생적 급식'. C군은 “끼니당 2천200원씩인데 1천원짜리 식사같다”며 “반면 선생님 전용 '교사 식당'의 음식은 깨끗하다”고 꼬집었다.
 C군과 같은 학교인 A군(3년)이 전하는 말은 더 충격적이다. A군은 “중학교에 다닐때 국에서 애벌레가 나온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3일 식중독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향하던 P양(인천 K여중 3년)은 “급식에서 이물질이 나올 때 밥이나 국을 바꿔주기는 하지만 찜찜해서 먹을 수가 없다”며 “어떤 친구들은 구토가 나오는걸 억지로 참는다”고 전했다.

 굳이 학생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학교 급식은 문제점 투성이다.
 특히 위탁급식의 경우, 저가 급식비 입찰 방식으로 업체가 선정되고 영양사도 급식업체에 고용돼 있기 때문에 식재료 선정이나 위생관리 측면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8월에는 수원 S고 학생 366명이 A식품에서 제공한 쌀밥과 야채스프, 햄버그스테이크, 닭볶음 등을 먹고 병원성 대장균에 감염돼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처럼 학교가 위생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과 보건당국의 위생 점검은 형식에 그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전교조 인천지부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 5월 인천시와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요청해 실시한 위생점검에서 24개 위탁급식 업체 중 동명외식, 베스타푸드서비스, 그린후드, 베스트홈푸드 등 4개 업체만이 위생점검을 받았다.

 뒤늦게 인천시교육청이 26일부터 지방자치단체 및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합동으로 급식학교 긴급 특별점검에 들어가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식자재 검수 및 조리과정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키로 했으나 이 또한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3년생을 둔 학부모 김모(46·여·성남시 분당구)씨는 “요즘엔 수능걱정 보다 자녀의 건강걱정이 앞선다 ”며 “이참에 위탁급식업체와 식재료 납품업체는 물론 일선 학교 조리실의 칼, 도마, 행주, 식판 등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