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이든 위탁이든 학교급식의 위생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은 '믿을 수 있는 식자재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는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오전 6시 30분부터 반입되는 학교급식 식자재 대부분은 영양사의 육안검사에 의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수량과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냉장차량의 실내온도를 체크하는 등 20분 내외의 형식적인 검수과정에서 오염된 불량 식자재를 선별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위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M여고의 영양사는 “학교가 쉬는 날이나 방학을 이용해 식자재 공급업소를 불시에 방문해 위생상태를 둘러보고 점검을 하고 있다”며 “업소의 양심을 믿고 거래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영양사 개개인의 위생관리에 대한 의지에 따라 안전한 식자재 공급여부가 결정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어 법적·제도적으로 식자재 공급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식품재료의 유통 과정 전반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식재료의 위해요소를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파악할 수 있도록 식재료의 규격기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식재료의 원산지를 속이거나 유통기한을 위·변조하는 등의 폐단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시급하다.
C초교 영양사는 “유통기한 위·변조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만큼 식재료의 생산일을 함께 표기하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며 “특히 해산물이나 육류 등 유통과정에서 변질되기 쉬운 제품일수록 생산일 표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조리과정에 있어서도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통해 위생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천400여명의 학생이 급식을 하고 있는 L여상에 조리인원은 14명에 불과하다.
2시간 안에 이뤄져야 하는 학교급식의 특성상 위생적인 조리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적은 인원이라고 영양사들은 입을 모았다. 낮 12시10분이 점심시간인 이 학교는 조리원들이 출근 뒤 영양사로부터 위생교육을 받고 9시가 조금 넘으면 일을 시작한다.

야채 등을 세척하는 전처리실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지는데 배식 직전까지 세척을 하는 날도 가끔 있을 정도로 일손이 필요하다. 배식시간에 쫓기는 이들에게 철저한 위생 조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된 현실이다. 이 학교 영양사는 “급식학생 70명당 1명꼴로 조리원을 둬야 한다”며 “전 처리실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지만 현재의 급식비 수준으로는 어려운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질높은 급식을 공급하기 위해서도 급식비 현실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밖에 노후된 학교급식 시설의 전면 개보수를 비롯해 '교실 식당'을 대체할 수 있는 공간 확충방안도 중장기적인 과제로 풀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