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孫子)는「첩보원이 없는 군대는 눈과 귀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가 쓴 병서(兵書)에서 단언했다. 첩보가 없으면 멸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 첩보의 특징은 전쟁을 방지하고, 기습 공격을 막는데 있다.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우주 궤도에서는 지금도 정찰 위성들이 조용하게 초병노릇을 한다. 위협의 규모를 전자와 영상으로 재빨리 지상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전술 정찰기「Yak-28D」는 카메라와 적외선 기재를 넣은 센서 패키지를 탑재하고 있다.「MIG-25」는 고도 정찰 능력이 뛰어나며, 마하 3,2의 초고속이어서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동유럽을 끊임없이 엿보는 미국의「TR-1」은「U-2R」에서 파생된 전자 정찰기이다. 1천7백Kg의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밤에도 낮과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뒤에 만든 게「RF-16B」. 이것은 전지구 위치표시(GPS) 항법 위성용 수신장치가 장착되었다.

우주와 영공의 첩보가 겉모양인 점이 있다면, 사람이 직접 수집하는 첩보는 속모양을 꿰뚫는 장점이 있다.

구 소련의 첩보기관인「KGB」요원의 수는 2만5천명이었다. 미국의「CIA」는 1만5천 명, 서독의「BND」는 6천명, 이스라엘의「모사드」는 2천 명, 영국의「GCHQ」도 1만 명이나 된다.

미국이 1962년 쿠바의「미사일 사태」를 해결한 것은 인간과 장비의 합작이었다. 미국은 정보국 요원이었던 쿠바인 2명의 보고가 없었다면, 천막으로 위장된 미사일이 수송되던 산크리스토발의 고공 촬영을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을 하던 민영미(閔泳美·36)씨가 엿새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 25일 풀려났다.

민씨가 그들 용어대로「특무(간첩)」였다는 것이다. 남한에서 금강산을 몰라 사람을 보내며, 어설프게 북한 안내원 정도를 귀순하라고 꼬드길까. 소가 웃을 노릇이다.

국민 모두가 긴장의 땅에서, 풀려난 민씨처럼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Shins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