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순무는 조직이 단단하고 수분이 적어 맵싸한 맛이 있고 향이 강하다. 순무를 먹으면 얼굴이 희어진다는 말이 돌면서 임금의 총애를 받으려는 궁녀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순무는 남자의 성기처럼 생겼다고 해서「숫무」로 불리던 게 발음하기 좋게「순무」로 변한 것이다. 모든 무는〈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본초강목(本草綱目)〉에 약재로 기록되어 있다.

김치의 주원료는 배추와 무다. 거기에 고추·마늘·파·생강·젖갈 등이 배합되고, 그것들은 익는 과정에서 자신의 개성을 양보하면서 최후엔 진정한 김치맛을 창조한다.

배추는 땅위로 자라 양(陽)의 질료이고, 무는 밑으로 자라 음(陰)의 질료이다. 김치는 이같이 우주의 기운을 담았다. 그러므로 할머니들은 장독대를 여름의 신주로, 김칫독을 겨울의 신주로 삼았다.

김치의 어원은 중종 때의 최세진(崔世珍)이 지은〈훈몽자회(訓蒙字會)〉에도「딤채」로 나오듯, 야채를 소금에 절인「침채(沈菜)」에서 찾고 있다. 침채가 김치가 된 것이다.

김치엔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막아 노화를 방지하는 섬유질이 들어 있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마늘의 알리닌이 들어 있다.

비타민C와 산패를 막으면서 향을 내는 고추의 캅사이신도 함유됐다. 김치는 이렇게 영양가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한다.

세계적 장수촌인 파키스탄의 훈자와 불가리아의 스몰리안,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이나 코카서스 지방의 주민들은 매일 발효유를 먹는다.

발효유의 성분 가운데서도 젖산균이 장수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에도 젖산균이 들어 있어 건강을 약속해 주고 있다. 과연 김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 식품인 것이다.

장사 잘 하는 일본 사람들이「아사즈케」란 엉터리 김치를 만들어『국제 규격상「아사즈케」도 김치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18일『그것은 겉절이지 김치가 아니다』며 쐐길 박았다. 그들은 겉절이를「기무치」란 상표로 국제 시장에 팔고 있다.

반박이 능사가 아니라 우리도「김치의 국제시장」을 활발하게 개척할 일이다.

辛 世 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