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장구성(張九成)거사라는 선객(禪客)이 있었다. 그는 화두(話頭)를 들고 밤낮으로 깨우치고자 노력했다.

한 순간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뒷간에도 화두를 들고갔다. 하루는 용변을 위해 힘을 주는 순간 “아”하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면서 칠흑같이 깜깜하던 화두를 타파했다.

불가(佛家) 선문(禪門)에서 전해내려오는 유명한 일화다. 깨달음에는 확실히 때와 장소가 없는 모양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조간신문을 챙겨 들고 화장실로 직행한다는 사람이 많다. 배설의 기쁨과 일용할 뉴스를 동시에 얻기 위함일 터이다.

아주 드문 일이겠지만 장거사처럼 깨우침까지 따른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그런데 지난 주말 화장실에서 신문을 떨어뜨릴만큼 놀라운 화장실기사가 하나 있었다.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운동'을 역점특수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수원시가 공공화장실 신축비용으로 평당 6백만원 꼴의 예산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수원시가 광교산에 지어놓은 반딧불이 화장실이 제1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大賞)을 차지했다는 소식은 신선했다.

지난해 여름 공중화장실 관리를 소홀히 했던 수원시의 담당공무원 13명이 징계를 받았을 때도 많은 시민이 박수를 보냈다.

더럽고 하찮지만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공간인 화장실에 남다른 정성을 쏟는 자치단체라면 어떤 일을 맡겨도 안심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그러나 평당 6백만원짜리 화장실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보증금이 6백만원에 못미치는 전세·사글세를 사는 시민들은 과연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수원시의 화장실문화 개선운동을 나무랄 시민은 없다고 본다. 취지도 좋고 의욕도 괜찮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란만 못하다.

시범적으로 하나쯤 썩 훌륭한 공중화장실을 지은 것으로 충분하다. 수원을 찾는 외국인들이 세계적인 공중화장실에 감탄하도록 하는 일 못지않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생활주변을 가꾸도록 유도하는 일에 세금이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깨우쳐야 할 화두다.

楊 勳 道 <제2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