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선생님이 너무 많다.” 학부모나 교육계 인사로부터 종종 듣는 얘기다. `성차별 논란'을 우려해 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불평불만이 바닥에 깊이 깔려 있다.

이번 주 발표된 중등교사 임용시험 결과만 해도 그렇다. 경기도의 경우 합격자의 81%가, 인천은 76%가 여자라면서 내심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친다.

군필자 가산점이 없어져 3천여명 중에 36명의 당락이 뒤바뀐 사실이 이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는 지도 모르겠다.

 `교단의 여성화', `교단의 성비 불균형'은 그렇게 걱정해야 할 문제일까. 가르치는 일 자체를 남성이 여성보다 잘 한다는 증거는 없다.

교육자로서의 자세나 성실성도 남·여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적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학교에서 `남성다움'이 사라져간다는 우려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불과 한 세대 전, 여학교의 남·여교사 비율이 8대2, 9대1일 때는 여학생들이 모두 남성답게 변했나?

 남자는 여자보다 평균 15~20% 근력이 세다. 마빈 해리스 같은 문화인류학자들은 이 점을 중요한 성차별의 근본원인으로 설명한다.

창칼로 원시적 전투를 해서 이기려면 근육의 힘이 요구된다. 농경사회에서는 힘이 센 남자가 쟁기를 잡게 됐다.

여기에 가축과 바퀴의 이용으로 농업이 발달하고, 교역과 상업이 활발해지면서 전문적인 영역은 처음 쟁기를 잡았던 남성이 독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성역할론은 이런 구조를 지속시키기 위한 문화적 장치에 불과하다.

 지금은 더이상 쟁기로 농사를 짓는 시대가 아니다. 전쟁 역시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서 전략을 짜고 미사일과 신형 무기를 쏘는 것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수천년 누적된 제도와 고정관념을 쉽게 바꿔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남성다움', `여성스러움'에 집착하는 것은 사회적 에너지의 낭비일 가능성이 높다.

정작 걱정해야 할 문제는 여자선생님의 수가 아니라 `좋은 선생님'의 비율이다.

楊 勳 道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