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에도 진실만 말하겠다”. 미국 대선가도에서 예상밖의 돌풍을 일으키며 욱일승천(旭日昇天)하고 있는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주)의 선거 구호다.

정치인 치고 ‘진실’을 외치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랴만, 그가 말하는 진실은 지금까지 흔히 보아온 포장성(?) 진실들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우선 그는 자신의 흠집들을 굳이 감추거나 변명하려 들지 않는다. 몇달 전 발간된 자서전 ‘나의 조상들의 신념’만 보아도 과거 금융스캔들에 연루된 점,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던 점, 월남전 때 포로가 되어 ‘강요된 자백’을 한 점 등 지난 날의 수치들을 낱낱이 고백하고 있다.

 또 예비선거기간에도 자신의 과오를 모두 인정, 오히려 그 굴레에서 벗어나더니 결국 이변을 낳았다.

지난 1일 대통령후보 지명전 첫 예비선거가 실시된 뉴햄프셔주에서 엄청난 기세를 올린 것이다. 그는 공화당내 조직이나 자금 등에서 월등히 우세한 조지 W 부지 텍사스주지사를 무려 19% 표차로 누르고 압승했다.

오는 3월7일 뉴욕주 예선엔 아예 후보 명단 등록도 못할 만큼 당내 따돌림을 받아오던 그로선 이만 저만 선전이 아니다.

 물론 매케인 태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 비록 뉴햄프셔주가 ‘대선의 풍향계’란 별칭을 얻고 있긴 하지만, 예선 및 코커스(당원대회)가 치러지는 50개주와 워싱턴 D.C 가운데 첫 관문일 뿐이다.

게다가 지난 8일 델라웨워주 예선에선 부시에게 패했다. 하지만 첫 관문에서의 압승이 워낙 인상적이라 그 기세가 결코 심상찮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그의 지지도가 상상도 못할만큼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전문가들 말대로 그의 정직성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4·13 총선을 앞둔 우리의 정치인들 중엔 ‘강건너 불’로만 볼 수 없는 이들이 꽤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흔히 그랬듯이 그의 솔직성 보다는 미국 유권자들의 관용과 포용력만을 짝사랑하는 이들이 더 많을듯 싶어 괜히 씁쓸해진다.

朴 健 榮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