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심기가 꽤나 불편할 것 같다. 모처럼 인터넷 강국 지도자 면모를 과시하려다 그만 주책없는(?) 해커에게 농락당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클린턴은 전세계 네티즌 1만여명과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다.

회견은 네티즌들이 CNN 웹사이트 대화방에 질문을 올리면 백악관내 랩톱 컴퓨터로 읽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30여분간 진행된 이날 회견에선 중동평화, 사회복지 등 사뭇 진지한 주제들만 골라 다뤄졌다. 그런데 한창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기막힌 사태가 벌어졌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에 더 많은 포르노 사이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보기에도 민망한 글이 클린턴 이름으로 올려진 것이다.

얼핏 ‘요란한 스캔들 주인공다운 말’이라고 슬며시 웃음 진 네티즌도 있었을지 모르나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어느 짓궂은 해커가 검열망을 뚫고 들어와 장난을 쳤던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클린턴 입장이 말이 아니었을 게다.

그것도 “해킹공격에 대한 보안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자못 자신만만하게 답변한 직후였으니 그 참담함이야 일러 무엇하랴.

 하기야 세계 최대 민간 웹사이트라는 야후를 비롯, 제법 내로라 하는 인터넷 유통업체들인 바이닷컴, e-베이, ZD넷과 CNN방송 등도 잇따라 무차별 해킹을 당한 판이다.

갈수록 대담해진 해커들이 백악관이라고 그냥 지나칠 리는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한가로이 다른 나라 걱정 할 때는 아닌듯 싶다. 우리나라 전산망이야말로 국제 해커들의 천국인 셈이기 때문이다.

오죽 보안감시체계가 허술하면 외국 해커들의 연습장이 되어있을 정도란다. 심지어 언제 어떻게 당했는지도 몰라 외국정부와 전문가들로 부터 신랄한 비판과 조롱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커들에게 왜 우리만 못살게 구느냐며 종주먹을 들이대고 따질 수도 없고.

무슨 방법이든 서둘러야 할텐데 그것도 쉽지 않다니 무심한 해커들만 야속할밖에.

朴 健 榮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