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베쉬냐코프 선거관리 위원장이 나를 싫어하고 있으며 그의 편견에 따른 결정이다.

이는 나의 정치생활을 매장하려는 기도로…”. 얼마전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 정치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의 불평이다.

러시아 중앙선관위가 그가 제출한 후보관련 서류에 아들 소유의 한 아파트(38.4㎡)에 대한 신고가 빠졌다며 그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던 것이다.

러시아 대선법은 후보 및 가족들의 2년간 소득신고와 함께 재산목록을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누락 신고할 경우엔 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선관위는 후보의 재산을 조사할 수 없다고 한다. 지리노프스키가 흥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관위가 불법으로 재산을 조사했으며, 이는 결국 자신을 매장하기 위한 음모였다는 것이다.

 비록 먼 나라 이야기인데도 좀처럼 낯설지가 않다. 비슷한 류의 시시비비를 하도 많이 보아온 탓이리라. 그런데 특히 재미있는 건 지리노프스키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항변이다.

“문제가 된 이고리 레베제프는 내 아들이지만 우리는 다른 가정에서 살고 있다. 나는 다른 가족의 구성원에 대한 책임까지 질 필요가 없다”.

이미 재산공개 7번 째를 맞아 충분한 노하우가 쌓여있을 우리나라 공직자였다면 이보다는 훨씬 세련된 변명을 했을 듯 싶다.

 엊그제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의 재산변동내역이 공개됐다. 그런데 이번에 재산증감폭이 비교적 커진 이유는 주로 IMF 이후의 주가 급등락 때문이란다.

경제 한파속에서도 그들만은 여전히 고액의 재테크에 꽤나 분주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누구보다 국회의원들이 사뭇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다.

4·13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서도 그렇겠지만, 재산 증감내용이 전에 없이 상세하다는 것이다.

한치의 의혹이라도 사전에 불식하려고 무척이나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고 한다. 마땅히 고무적 현상이라 해야 할텐데, 왠지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朴 健 榮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