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자판에 보면 @라는 부호가 있다. 인터넷이 널리 쓰이기 전에는 이 기호가 무엇에 쓰이는 지, 어떻게 읽는 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러다가 초등학생까지 e-메일 주소를 갖는 시대가 오면서, 부쩍 궁금증이 생겼다. `골뱅이'라고 했다. 생긴 모양이 한때 각광받던 술안주 골뱅이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영어 전치사 `at'를 변형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읽을 때는 골뱅이라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어느 대기업의 사보에 보니 `21세기 새우리말사전'이라는 재미있는 코너가 있다. 날마다 쏟아지는 신조어나 유행어를 패러디해서 정리한 것이다.
거기 `골뱅이' 항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자주 쓰는 기호지만 국제적으로 통일된 이름이 없어 나라마다 자기들 식대로 다르게 부르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는 달팽이, 러시아는 강아지, 네덜란드·대만은 생쥐, 그리스는 오리새끼, 남아프리카는 원숭이꼬리…' 그 다음이 압권이다. `헝가리는 구더기, 체코는 걸레뭉치.'
지난주 런던발 외신에 이런 게 있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가 발행하는 권위있는 영어사전이 최신판에 스팸, 파이어월, 스네일 메일, 네티켓 따위의 인터넷 용어를 새롭게 표제어로 등록시켰다는 것이다.
돼지고기 통조림 상표인 스팸(spam)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e-메일을 마구잡이로 보내는 것을 의미하고, 스네일 메일(snail mail)은 e-메일에 비해 달팽이처럼 느린 일반우편물을 뜻한다.
사전출판진이 검색한 결과 지난 90년 이후 5백개의 컴퓨터 관련 단어와 표현이 새롭게 등장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더 타임스'의 영어사전도 수록하지 않았다는 `닷컴'이 대유행이다. 점을 뜻하는 닷(dot)과 상업사이트를 가리키는 콤(com)이 결합한 이 신조어를 회사명으로 내세우는 기업마저 크게 늘어났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아직 `골뱅이'도 따라잡지 못한 세대는 얼마나 어지러울까.
楊 勳 道 <문화체육부장>문화체육부장>
골뱅이 타령
입력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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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3-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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