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성 하면 우선 ‘역사 교과서 왜곡’이란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지난 1982년 저들이 자기네 교과서를 심사하면서 조선침략을 ‘진출’로, 3·1운동을 ‘폭동’으로, 창씨개명 강요를 ‘권장’이라고 서술토록 하는 등의 압력을 가했던 일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저들로서야 지난 날의 침략과 범죄 만행을 청소년들이 알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겠지만, 직접 피해자였던 우리로선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우리 국민들은 곳곳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정부 역시 외교 경로를 통해 강력 항의를 했었다.
다음 해엔 교육부가 일본 교과서에 왜곡 기술된 19개 항목의 개정을 정식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도 조금은 미안했던지 몇가지 고치는 시늉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일단 역사 자체를 왜곡하려고 굳게 마음 먹은 그들이 쉽게 물러설 리는 없는 법.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관한 기술 등 중요 부분은 숫제 건드려 보지도 않은 게 더 많다.
과거 식민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호인 ‘조선’을 ‘이씨 조선’으로 표현하고 있는가 하면, 종군위안부에 대한 범죄행위를 호도하는 내용도 버젓이 실려있다.
심지어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이 원인이 돼 일본이 경찰권을 빼앗았다는 아전인수식 내용도 그대로 있다.
아무리 ‘모두 용서하고 잊지만 말자’고 해본들 저들에겐 한낱 냉소거리로 밖엔 비치지 않는 모양이다.
며칠 전 서울에서 한·일 교육부장관회담이 있었다. 지난 1965년 수교 이후 첫 일본 문부상의 방한인지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컷다.
이제 비로소 지긋 지긋한 교과서 왜곡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려나 싶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교과서 문제는 공식의제로 상정조차 못했었다고 한다.
일본측이 난색을 표하자 선뜻 양보(?)를 했다나. 대인(大人)의 아량을 베푼 것일까, 아니면 ‘동방예의지국’답게 손님대접을 깍듯이 한 것일까.
그나 저나 저들에게 또 한차례 농락당한 것만은 틀림이 없는듯 싶은데.
朴 健 榮 <논설위원>논설위원>
손님대접(?)
입력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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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3-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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