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독일인들이 저지른 행위에대해 용서를 빌며 나와 내 세대의 잘못에대해서도 용서를 구한다. 용서와 화해를 통해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이 미래에 손잡고 나란히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난 2월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 의회에서 행한 연설 내용이다. 두차례나 세계전쟁을 일으켰던 독일은 기회있을 때마다 지난 날의 과오를 깊이 반성해 왔다.

지난 70년 폴란드를 방문한 고(故) 빌리 브란트 총리는 옛 유대인 게토의 전몰자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또 지난 94년 바르샤바 봉기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당시 대통령 로만 헤어초크도 “나는 독일인들이 폴란드인들에게 행한 잘못에대해 용서를 빈다”고 고개숙였다.

 그들은 배상문제에서도 머뭇거림이 없었다. 동·서독으로 나뉘어져 있던 지난 62년 서독은 이스라엘에 250억 마르크를 국가배상금으로 지불하고도 150억 마르크를 나치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추가로 지급했다.

또 나치피해 보상법에따라 국적에 관계없이 720억 마르크의 개별보상금을 내놓았으며, 폴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변국엔 별도로 150억 마르크의 배상기금을 출연했다.

 이런 독일이 이번엔 나치 치하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됐던 유대인과 폴란드인 등 150만명에게 100억 마르크의 배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어두운 과거사를 씻기 위해선 어떤 대가도 감내한다는 전후 독일사회의 면모를 다시한번 보여준 ‘역사적 책임벗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 잘못을 숨김없이 인정하고 참회와 함께 어떠한 보상도 주저하지 않는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지난 날의 과오를 참회는커녕 걸핏하면 망언이나 일삼아온 일본의 정치인들. 더구나 2차대전 당시 100만명이 넘는 조선인을 징용과 징병으로 끌어가고, 수만명의 조선여인들을 정신대라는 성적 노리개로 만들고도 국가차원 배상을 한사코 거부하는 일본 정부.

그들 눈엔 이처럼 용기있는 독일의 자세가 어떻게 비쳐질지 사뭇 궁금하다.

朴 健 榮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