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나뭇잎 하나도 내 명령 없이는 움직이지 못한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권력의 정점에서 그렇게 내뱉었다.

그의 치하에서 사람 목숨은 말 그대로 가랑잎 신세였다. 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집권한 이래 90년 물러날 때까지 27년간 적어도 3천197명이 살해됐다.

실종자도 1천명이 넘고 수십만명이 체포·고문을 당하거나 해외로 망명해야 했다. 지금 피노체트는 자신의 죄과를 어떻게든 치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가련한 80대 노인으로 전락해 있다.

 이른바 `피노체트 효과'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소불위 철권을 휘두르던 옛 독재자들이 피노체트의 뒤를 따르게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미 최장수 독재자 알프레도 스트뢰스너도 좌불안석이다. 35년간 파라과이를 쥐락펴락했던 그는 89년 권좌에서 쫓겨나자 브라질로 망명해 안락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 국회 특별위원회가 그를 기소하자는 청원을 제출했다.

 아르헨티나의 군사정권을 이끌던 호르헤 비델라, 레오폴도 갈티에리 등도 위험하다. 그들의 통치기간 동안 민간인 3만명 이상이 살해·실종된 것과 관련해 1차 처벌을 받고 95년 사면됐지만 다시 재판에 회부될 처지다.

민주인사들을 처형한 뒤 그들의 자녀를 엉뚱한 곳에 입양시킨 혐의다. 67~98년 인도네시아를 주무르며 100만명 이상 희생자를 낸 수하르토 전 대통령에게는 종신형이 구형될 전망이다.

뒤늦게 과거청산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이들은 한결같이 `불가피한 개발독재와 반공'을 명분으로 내세웠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은 이런 마지막 대사로 막을 내린다. “사람으로 태어난 몸은 조심스럽게 마지막 날을 기다려 보라.

아무 괴로움도 당하지 않고 삶을 끝내기 전에는 세상의 누구도 행복하다 부르지 마라.” 나뭇잎까지 굴복시키려 했던 오만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 독재자들이 일찍이 마음에 새겼어야 했을 오이디푸스의 독백이다.

楊 勳 道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