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나 북아메리카의 원주민 중엔 옛부터 숫자 계산을 사악으로 믿고 있는 종족이 있다 한다. 당연히 그들에겐 시간 계산도 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대(世代)를 구분하는 연령집단은 있으나 애초부터 나이 계산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그들에게 있어 자신이 태어난 날, 즉 생일의 관념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문 예이고 대부분의 인류는 자신들이 태어난 날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 기념하는 것이 상례로 돼 있다.

일반적으로 생일은 어느 단계로부터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과 일생동안의 건강·무사·장수·영화를 축원하며, 또한 축복을 받는 기념행사가 크든 작든 따르게 마련이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익숙하지만, 서양인들은 생일을 맞으면 축하 케이크와 선물을 마련해 파티를 베풀며, 축하 케이크 위에 나이 수만큼의 촛불을 꽂아 그 촛불을 단숨에 불어 끄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유럽, 특히 독일과 스위스인들 사이에선 아기가 태어나면 식수(植樹)를 하는 관습이 있으며, 이 나무는 그 아기의 평생 행복과 신비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 민족도 생일에 대한 습속(習俗)은 옛날부터 있어왔다. 전래되는 풍속은 지방과 생활여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개는 생일이 되면 치성을 드리고 음식잔치를 베풀어줌으로써 성장을 시켜준 삼신(三神 즉 産神)께 감사드리고 아울러 제액(除厄)·장수·초복(招福)을 기원해왔다.

 오늘 경인일보가 마흔 살 생일을 맞는다. 인생으로 친다면 공자님 말씀처럼이나 불혹(不惑)의 나이다.

다시 말해 어떤 것에 대해서도 미혹되지 않는 삶, 완전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비록 숱한 영욕의 세월을 겪어왔지만, 그만큼 성숙됐고 또 그만큼 발전이 예견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새 천년 첫해에 맞는 마흔 살 생일. 왠지 새 세기 기대만큼이나 상서로운 조짐이 엿보이는듯 싶다.

朴 健 榮 <논설위원>